오후 5시만 넘어도 하늘이 어두워지는 요즘, 유독 몸이 무겁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날씨 탓이라 여기기 쉽지만 이런 변화가 반복된다면 계절성 우울감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계절성 우울감은 특정 계절, 주로 가을과 겨울철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서 변화를 말한다. 봄과 여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해가 짧아지는 시기에만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심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일조량 감소가 뇌 안의 호르몬 분비 균형을 흔들면서 이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빛 자극이 줄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늘고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분비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밤에는 오히려 잠이 잘 오지 않거나 반대로 수면 시간이 길어지는 등 수면 패턴이 흔들리는 경우가 흔하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낮에도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을 함께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

빛이 줄면 멜라토닌과 세로토닌 균형이 흔들려 /사진=AI 생성 이미지
식욕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단순한 입맛 변화를 넘어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평소보다 자주 찾게 되고 체중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계절성 우울감이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보다 해가 짧고 흐린 날이 많은 고위도 지역에서 더 흔하게 보고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울감의 원인이 단순한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빛 노출량과 직접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흔히 우울감이라 하면 특별한 사건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라 생각하지만 계절성 우울감은 사건이 없어도 해가 짧아지는 것만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역발상이 필요하다. 평소 밝은 성격이던 사람도 가을과 겨울철이면 반복적으로 가라앉는다면 이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낮 시간 산책은 생체리듬 회복에 도움 /사진=AI 생성 이미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단순한 기분 저하로 넘기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의욕 저하와 함께 사람을 만나기 싫어지거나 집중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가벼운 계절성 우울감은 생활습관 조절로 호전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낮 시간대에 밖으로 나가 햇빛을 쬐는 것이 생체리듬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흐린 날이 많아 햇빛을 쬐기 어려운 경우에는 집이나 사무실 안에서도 커튼을 열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하고 낮 동안 밝은 조명 아래서 활동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밤에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 수면 리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 역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오전이나 낮 시간에 가벼운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하면 햇빛 노출과 신체 활동을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정서 안정에 유리하다.
무기력감이 단순히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는 수준이라면 큰 걱정은 없지만 해마다 같은 계절에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 든다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햇빛 노출과 생활습관 관리가 예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