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 탓에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 사이에서 상영관 입구에 놓인 대여용 담요를 집어 드는 모습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담요가 언제 마지막으로 세탁됐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에서 위생 우려가 제기된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짧은 시간 덮는 것만으로도 가려움이나 붉은 기 같은 트러블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장에서 제공하는 대여 담요는 하루에도 여러 명이 번갈아 사용하는 공용 섬유제품이다. 상영 시간 두 시간 가까이 얼굴과 목, 손 주변 피부에 직접 닿는 경우가 많아 다른 공용 물품보다 접촉 시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그만큼 땀이나 피부 각질, 침, 때로는 음식물 자국 같은 이물질이 섬유 사이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담요의 세탁 주기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안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하는 섬유제품 위생 관리에 대한 세부 기준이 업종별로 촘촘하게 마련돼 있지 않아, 담요 세탁이 매 회차 이뤄지는지 하루 한 번인지조차 관객이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영화관뿐 아니라 찜질방 수건, 고속버스 담요 등 다른 공용 섬유제품에서도 비슷하게 지적되는 사각지대다.
실제로 영화관에서는 과거에도 다회용 3D 안경의 위생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일부 극장이 전용 세척·소독 절차를 마련한 사례가 있다. 이런 전례에 비춰보면 대여 담요 역시 비슷한 수준의 위생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안경과 달리 담요는 세척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소비자 신뢰를 얻기 더 까다로운 품목으로 꼽힌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세탁이 충분하지 않은 섬유가 피부에 오래 닿으면 접촉성 피부염이나 두드러기 같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처럼 피부 장벽이 약한 사람,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은 같은 담요라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사용 후 목이나 손목 주변이 붉어지거나 가려움이 생긴다면 담요와의 접촉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오염된 섬유, 피부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대한피부과학회 등 관련 학회는 침구나 의류처럼 피부에 직접 닿는 섬유제품은 집먼지진드기나 세균이 서식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눈으로 봤을 때 깨끗해 보여도 땀과 피지 성분이 남아 있으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담요 표면에서 특별한 냄새나 얼룩이 느껴지지 않아도 위생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부 관객들은 대여 담요에서 희미한 섬유 냄새나 눅눅한 느낌을 받았다는 경험을 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영관 조명이 어둡고 착석 후 바로 덮는 경우가 많아 상태를 꼼꼼히 살펴볼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환경적 특성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위생 상태를 판단하기는 더욱 어렵다.
극장 운영 측면에서도 세탁 주기를 외부에 공개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상영관마다 보유한 담요 수량이 한정돼 있는 데다 회전율이 높은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모든 담요를 매번 세탁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세탁 간격은 각 극장의 내부 방침에 맡겨져 있고, 관객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는 마련돼 있지 않은 셈이다.

섬유제품은 주기적 세탁과 건조가 중요 [그림=메디닉스DB]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하는 섬유제품의 경우 땀과 체액이 묻을 수 있는 만큼 주기적인 세탁과 건조가 중요하다고 권고하는 편이다. 질병관리청 역시 공용 물품을 통한 피부 접촉성 질환이나 감염 예방을 위해 사용 전후 손 위생을 함께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세탁 횟수나 기준을 법으로 강제하는 규정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담요를 받기 전 눈으로 먼지나 얼룩, 머리카락 등이 남아 있는지 가볍게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평소 피부가 민감하거나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앓고 있다면 담요 대신 개인 외투나 무릎덮개를 챙겨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담요를 덮은 뒤 얼굴이나 목 주변을 직접 만지는 습관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줄일 수 있다.
영화관람 후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려움이 몇 시간 이상 이어진다면 비누를 이용해 노출 부위를 씻어내고 보습제를 발라 자극을 줄이는 것이 좋다. 증상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두드러기처럼 번지는 양상을 보이면 자가 처치보다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극장 측에 세탁 주기를 문의해 보는 것도 위생 개선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