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앞두고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가 묵직하게 조여오면서 식은땀이 흐르고 숨이 가빠진다면 단순한 체함이나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이런 증상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하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전형적인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을 보내는 관상동맥 내벽에 쌓인 콜레스테롤 덩어리, 즉 죽상반이 갑자기 터지면서 그 자리에 혈전이 형성되어 혈관을 완전히 막아버리는 질환이다. 혈류가 끊긴 부위의 심장 근육은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짧은 시간 안에 괴사하기 시작하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손상 범위가 넓어진다.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 가운데나 왼쪽 부위가 쥐어짜듯 아프거나 무거운 돌로 눌리는 듯한 압박감이다. 이런 통증은 보통 수 분에서 수십 분 이상 지속되며 왼쪽 팔, 어깨, 턱, 등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통을 동반하기도 한다. 식은땀, 메스꺼움, 호흡곤란이 함께 나타나면 심근경색 가능성을 더욱 의심해야 한다.
문제는 모든 환자가 전형적인 가슴 통증을 호소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여성, 고령자,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가슴 통증 대신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느낌, 극심한 피로감, 가벼운 어지럼증만 느끼는 비전형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증상을 가볍게 여기고 병원을 늦게 찾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심장학회 등 관련 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가족력 등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에는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오르고 혈전이 생기기 쉬워져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심혈관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은 추위에 갑자기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흉통 발생 시 신속한 심전도 검사가 중요 /사진=AI 생성 이미지
급성 심근경색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다. 막힌 혈관을 뚫어 혈류를 다시 통하게 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심장 근육 손상이 커지고 심부전이나 부정맥, 심지어 심장마비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흔히 증상 발생 후 최초 몇 시간을 골든타임이라 부르며, 이 시간 안에 치료를 받을수록 예후가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 통증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식은땀, 호흡곤란이 동반된다면 직접 운전해서 병원에 가기보다 즉시 119에 신고해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구급대원은 이동 중에도 심전도를 측정하고 응급 처치를 시작할 수 있어 병원 도착 전부터 치료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도착하면 심전도 검사와 혈액 속 심근 손상 표지자인 트로포닌 수치 검사를 통해 심근경색 여부를 빠르게 확인한다. 진단이 확정되면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해 막힌 혈관 위치를 찾아내고, 필요한 경우 풍선이나 스텐트를 이용해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 과정이다.
흔히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협심증은 안정을 취하거나 니트로글리세린을 사용하면 통증이 수 분 안에 가라앉는 반면 심근경색증은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가슴 통증이나 조이는 느낌이 갑자기 나타나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식은땀, 호흡곤란이 함께 나타난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119에 신고해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