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반기에 접어들며 손발과 얼굴이 붓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임신성 고혈압의 신호일 수 있다. 임신 20주 이후 갑자기 혈압이 오르면서 나타나는 이 질환은 방치하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한 전자간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성 고혈압은 이전에 혈압이 정상이던 임산부에게 임신 중반 이후 처음 발생하는 혈압 상승을 가리킨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임신부 가운데 적지 않은 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합병증으로, 대부분 분만 후에는 혈압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두통이다. 평소와 다르게 지속적이고 약을 먹어도 잘 가라앉지 않는 두통이 나타나면 주의가 필요하다. 눈앞이 번쩍이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 사물이 둘로 보이는 증상도 혈압 상승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신호로 꼽힌다.
손과 발, 얼굴이 평소보다 심하게 붓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얼굴이 유독 부어 있거나 반지가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손이 붓는다면 단순 부종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짧은 기간에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함께 눈여겨봐야 할 변화다.
명치 끝이나 오른쪽 윗배가 뻐근하게 아픈 증상, 숨이 가빠지는 느낌,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증상도 임신성 고혈압과 관련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두통이나 부종과 함께 겹쳐서 나타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험요인으로는 첫 임신, 쌍둥이 등 다태아 임신, 비만,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 기존에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았던 경우, 가족 중 임신성 고혈압을 겪은 사람이 있는 경우 등이 꼽힌다. 다만 이런 위험요인이 없는 임산부에게도 발생할 수 있어 누구나 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손발 부종은 임신성 고혈압 대표 증상 중 하나 /사진=AI 생성 이미지
혈압 상승과 함께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되면 전자간증으로 진단이 바뀔 수 있다. 전자간증은 임신성 고혈압보다 더 심각한 상태로, 심하면 경련이 동반되는 자간증으로까지 진행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진단은 산전 진찰 때마다 측정하는 혈압과 소변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정기검진 간격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며, 필요한 경우 가정용 혈압계로 아침저녁 혈압을 스스로 측정해 수치를 기록해두면 변화를 빨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충분한 휴식과 안정, 염분 섭취 조절 등 생활습관 관리로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혈압이 많이 높거나 다른 증상이 겹칠 때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물 치료나 입원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임의로 혈압약을 복용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임신성 고혈압이 심해지면 태반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 태아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태아가 예정보다 작게 태어나거나 조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의료진은 필요에 따라 태동 검사나 초음파로 태아 상태를 함께 확인한다.
심한 두통이 가시지 않거나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는 경우, 명치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손발이나 얼굴이 갑작스럽게 붓는 경우, 태동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에는 미루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정기검진을 거르지 않고 집에서도 혈압을 꾸준히 기록해두는 습관이 임신성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