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이어지는 마른기침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증상을 감기나 천식쯔 알고 넘겼다가 뒤늦게 폐쇄성 세기관지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 질환은 폐의 작은 공기길인 세기관지에 염증과 흉터가 생겨 공기 흐름이 막히는 희귀 폐질환으로, 조기에 알아채지 못하면 폐 기능이 서서히 나빠질 수 있다.
폐쇄성 세기관지염은 조혈모세포 이식이나 폐 이식을 받은 환자에게서 이식 거부반응의 하나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어린 시절 심한 호흡기 감염을 앓은 뒤 후유증으로 생기거나, 특정 화학물질이나 유해 가스를 장기간 들이마신 경우,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다.
세기관지는 폐 속 공기가 폐포까지 전달되는 가느다란 통로인데, 이 부위에 반복적인 염증이 생기면 조직이 섬유화되면서 두꺼워지고 좁아진다. 한번 흉터처럼 굳어진 세기관지는 다시 넓어지기 어려워 공기가 폐포까지 충분히 드나들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폐쇄성 환기장애가 나타난다.
초기에는 마른기침과 약간의 숨가쁨 정도로 가볍게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걷는 등 가벼운 활동에도 숨이 차는 느낌이 뚜렷해진다. 쌕쌕거리는 숨소리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동반되기도 하며, 감기 뒤에도 기침이 몇 주 이상 낫지 않는 경우라면 눈여겨봐야 한다.
증상만으로는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과 구별하기 어려워 초기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식을 받은 지 오래되지 않은 환자가 마른기침이나 숨가쁨을 호소한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폐 기능 검사를 포함한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폐기능검사로 공기 흐름 막힘 정도를 확인 /사진=AI 생성 이미지
진단에는 폐활량을 측정하는 폐기능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해도 호흡 기능이 잘 회복되지 않는 폐쇄성 패턴이 확인되면 의심할 수 있다. 여기에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공기가 고르게 빠지지 않는 모자이크 음영이나 공기걸림 소견이 더해지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영상검사만으로 확진이 어려운 경우에는 폐 조직을 일부 채취해 현미경으로 세기관지의 섬유화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다만 조직검사는 침습적인 검사인 만큼 환자의 전신 상태와 다른 검사 결과를 종합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진행한다.
현재까지 손상된 세기관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치료법은 없어 치료의 목표는 증상을 줄이고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맞춰진다. 기관지확장제와 흡입스테로이드로 호흡곤란을 조절하고, 이식 후 발생한 경우에는 면역억제제나 항생제를 함께 사용해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방식이 흔히 쓰인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돼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진 경우에는 산소치료나 호흡재활치료가 필요할 수 있고, 극히 일부 중증 환자에서는 폐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이러한 폐질환의 경우 전문의와의 꾸준한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폐쇄성 세기관지염은 완치보다는 관리가 중요한 질환으로, 이미 좁아진 세기관지를 넓히기보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정기적인 폐기능검사로 변화를 추적하면서 치료 방침을 조정해 나가는 것이 폐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평소 마른기침이 한 달 넘게 이어지거나 예전보다 쉽게 숨이 차는 느낌이 든다면 미루지 말고 호흡기내과를 찾아 진찰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연은 세기관지 손상을 가속할 수 있어 반드시 피하고, 실내 공기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감기나 호흡기 감염에 걸리지 않도록 손씻기와 예방접종 등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