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갑자기 세게 뛰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면서 혈압이 치솟는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단순한 공황 발작이나 스트레스성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갈색세포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갈색세포종은 드문 질환이지만 방치하면 뇌출혈이나 심장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갈색세포종은 양쪽 신장 위에 자리한 부신 중에서도 속질 부분에서 생기는 종양으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카테콜아민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호르몬이 혈액으로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혈압과 심장 박동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 심장이 빠르게 뛰는 심계항진, 식은땀 세 가지로 알려져 있다. 이 증상들은 평소에는 거의 없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돼 수분에서 수십분가량 이어지고 저절로 사라지는 발작성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혈압 역시 특징적인 패턴을 보인다. 평상시에는 정상이거나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발작이 일어나면 수축기 혈압이 급격히 치솟아 고혈압성 위기 수준까지 오르기도 한다. 이런 급격한 혈압 변화는 가정용 혈압계로도 포착되는 경우가 있다.
발작 중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손발이 떨리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 극심한 불안감이나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양상 때문에 병원을 찾아도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발작은 특정 상황에서 더 잘 유발되는 경향이 있다. 격렬한 운동이나 심한 스트레스, 배변이나 소변을 볼 때, 복부를 세게 누르거나 구부리는 동작, 일부 마취제나 항우울제 복용, 임신 중 자궁 수축 등이 대표적인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발작성 혈압 상승은 진료실에서도 확인될 수 있어 /사진=AI 생성 이미지
원인은 대부분 특별한 가족력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일부는 유전적 요인과 연관이 있다. 다발성내분비선종 2형, 폰히펠린다우병, 1형 신경섬유종증, SDH 유전자 변이 등이 있는 경우 갈색세포종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속 유리 메타네프린 농도나 소변으로 배출되는 카테콜아민 대사산물을 측정하는 검사가 우선 시행된다. 수치가 높게 나오면 복부 CT나 MRI로 부신의 종양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핵의학 검사인 MIBG 스캔을 추가로 진행한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갑작스러운 혈압 급상승이 뇌출혈이나 심부전,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수술이나 외상, 분만처럼 몸에 강한 자극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발작이 유발되면 고혈압성 위기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위험이 커진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다. 다만 수술 중 종양을 자극하면 카테콜아민이 대량으로 분비돼 혈압이 급변할 수 있어, 수술 전 일정 기간 알파차단제 등으로 혈압과 맥박을 미리 안정시키는 준비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발작성 두통과 심한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혈압 급상승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과 혈압 수치를 기록해 내분비내과나 순환기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소와 다른 극심한 발작이 동반되면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