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우면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손끝이 저려 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넘기지만 증상이 몇 주씩 이어지고 양쪽 손발에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면 말초신경에 이상이 생긴 신호일 수 있다. 이런 경우 병원에서는 말초신경병증 검사를 통해 신경이 실제로 손상됐는지와 그 원인을 확인하게 된다. 40대 이후 당뇨병이나 과음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초신경병증은 뇌와 척수를 벗어나 손발 끝까지 뻗어 있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저림이나 화끈거림,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고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이 침범되면 근력이 약해지거나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증상은 발끝에서 시작해 점차 위로 올라가는 양말-장갑 모양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손발 끝이 저리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뜨겁거나 차가운 감각을 평소보다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는 양말이나 장갑을 낀 듯 둔한 감각을 호소하기도 하고, 밤이 되면 증상이 더 심해져 수면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발바닥이나 발가락처럼 신체 말단 부위에서 증상이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당뇨병이다. 혈당이 오랜 기간 높게 유지되면 말초신경과 그 주변 혈관이 서서히 손상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과도한 음주, 일부 항암제나 항생제 같은 약물, 비타민 B12 결핍, 자가면역질환, 신장 기능 저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 중 비슷한 신경질환을 앓은 사람이 있거나 흡연을 오래 한 경우도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손발 저림이 몇 주 이상 계속되거나 양쪽에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상처나 화상을 입어도 잘 느끼지 못하거나 걸을 때 중심을 잡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증상을 방치하면 발에 생긴 작은 상처를 늦게 발견해 염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발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상처를 늦게 알아채 궤양이나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검사는 신경전도검사다. 피부 표면에 전극을 붙이고 약한 전기 자극을 주어 신경을 따라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와 세기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신경이 손상된 경우에는 전달 속도가 느려지거나 신호 세기가 약해지는 변화가 나타난다. 검사는 보통 큰 통증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끝나 외래에서도 비교적 쉽게 받을 수 있다.

신경전도검사로 신경 손상 여부를 확인 /사진=AI 생성 이미지
근전도검사를 함께 시행해 근육이 신경 신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살핀다. 가느다란 바늘 모양 전극을 근육에 살짝 삽입해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신경 손상과 근육 자체의 문제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검사와 함께 혈액검사를 통해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비타민 B12 수치, 갑상선 기능, 간과 신장 기능 등을 확인한다. 원인이 뚜렷하지 않거나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신경 조직을 아주 소량 떼어내 살펴보는 신경 생검을 고려하기도 한다. 신경 생검은 흔히 시행하지는 않으며, 다른 검사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을 때 제한적으로 고려되는 검사다.
검사를 받기 전에는 복용 중인 약물과 기저질환, 평소 음주량 등을 미리 정리해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검사 중에는 약한 전기 자극으로 찌릿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끝나며 큰 통증은 동반되지 않는다.
원인 질환이 확인되면 혈당 조절이나 원인이 된 약물 조정, 영양 보충 등 치료를 함께 진행해야 증상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신경 손상이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까지 진행될 수 있어 조기에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금연과 절주를 지키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당뇨가 있다면 혈당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발바닥과 발가락을 매일 살펴 작은 상처나 색 변화가 없는지 확인하고, 저림이나 감각 저하가 두 주 이상 이어진다면 미루지 말고 신경과나 내분비내과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방향과 추적 간격이 달라지므로, 의료진과 상의해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