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성질환이나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신약의 효과가 숫자로 나타나는 지표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변화로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동안 의약품 허가심사는 임상시험에서 측정한 객관적인 수치에 주로 의존해 환자가 실제로 겪는 삶의 변화까지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의약품 허가심사 과정에 환자경험자료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환자가 질병과 치료 과정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심사의 참고자료로 활용해 허가심사의 신뢰성과 환자 중심성을 함께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환자경험자료는 환자가 자신의 질환이나 치료 과정에서 느낀 증상의 변화, 일상생활에서의 제약, 삶의 질 변화 등을 체계적으로 모은 자료를 뜻한다. 임상시험에서 확인하는 혈액검사 수치나 영상 소견과는 달리 환자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방침은 임상시험 결과만으로는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치료의 실질적인 효과를 보완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특히 환자 수가 적어 통계적 검증이 쉽지 않은 희귀질환이나 중증질환 분야에서는 환자경험자료가 허가심사의 의미 있는 보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환자 스스로 적어나가는 증상과 치료 경험 /사진=AI 생성 이미지
해외 주요 의약품 규제기관들도 환자 중심의 의약품 개발과 심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환자의 목소리를 심사 과정에 반영하는 제도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환자경험자료를 심사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식약처는 환자경험자료가 임상시험 자료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핵심 근거는 여전히 임상시험 결과이며, 환자경험자료는 이를 보완하는 참고자료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와 환자단체에서는 이번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약 개발과 허가심사 과정에서 환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그동안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경험자료를 실제 심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료 수집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 개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을 어떤 표준화된 방식으로 수집하고 평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다.

임상 현장에서 모이는 환자경험자료 /사진=AI 생성 이미지
환자경험자료가 실제 허가심사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반영될지는 앞으로 세부 기준과 운영 방식이 정비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식약처는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관련 제도를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귀난치성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자신이 겪는 증상과 치료 과정에서의 변화를 평소에 기록해 두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 질환 환자단체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기관을 통해 치료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환자경험자료 제도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환자와 보호자는 당장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제도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치료 경험을 정리해 두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나 관련 환자단체에 문의해 안내를 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