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나 귀걸이, 벨트 버클이 피부에 닿는 자리에만 붉은 반점과 가려움증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니켈접촉피부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금속 제품에 포함된 니켈 성분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생기는 접촉성피부염의 대표적인 형태로, 흔하게 겪으면서도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니켈접촉피부염은 피부가 니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면역 체계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해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이다. 한 번 노출됐다고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수개월에서 수년간 반복 접촉한 뒤에야 알레르기가 형성되는 경우가 흔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편이다.
니켈은 목걸이나 귀걸이, 반지, 시계줄 같은 액세서리 외에도 청바지 버튼과 지퍼, 벨트 버클, 안경테, 동전, 휴대전화 뒷면 등 일상에서 매일 접촉하는 금속 제품 대부분에 소량씩 포함돼 있다. 특히 저가 금속 제품이나 도금이 벗겨진 액세서리일수록 니켈이 피부에 직접 닿을 가능성이 커진다.
증상은 니켈이 닿는 부위에 국한돼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귀걸이를 착용한 귓불, 목걸이가 닿는 목 주변, 벨트 버클이 눌리는 배꼽 위쪽 피부 등에 붉은 반점과 가려움증이 생기고, 심하면 물집이나 진물, 각질이 동반되기도 한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이나 습한 환경에서는 니켈이 더 잘 녹아 나와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금속 시계줄 닿는 자리에 생긴 피부 반응 [그림=메디닉스DB]
접촉성피부염은 크게 자극성과 알레르기성으로 나뉘는데, 니켈접촉피부염은 후자에 속한다. 자극성 접촉피부염은 세정제나 화학물질처럼 피부를 직접 자극하는 물질에 노출되면 누구에게나 비교적 빠르게 증상이 나타나지만, 니켈 알레르기는 특정 개인의 면역 체계가 니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생기는 지연형 과민반응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피부과에서 첩포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니켈을 포함한 여러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피부에 일정 시간 부착한 뒤 반응을 확인하는 검사로, 어떤 금속이나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한피부과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도 원인 불명의 만성 접촉피부염이 반복될 경우 첩포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치료의 기본은 니켈이 함유된 제품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이미 나타난 염증에는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국소 스테로이드 제제 등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원인 물질과의 접촉이 계속되면 증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근본적인 회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레르기 원인 확인을 위한 첩포검사 장면 [그림=메디닉스DB]
니켈 노출을 줄이려면 액세서리를 고를 때 스테인리스스틸이나 티타늄, 순금, 순은처럼 니켈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이라면 니켈이 닿는 부분에 투명 매니큐어나 코팅제를 얇게 발라 금속과 피부 사이에 막을 만들어주는 방법도 임시로 활용할 수 있다.
벨트 버클이나 청바지 버튼처럼 매일 접촉하는 금속 부위는 안쪽에 천이나 패브릭 스티커를 덧대 피부와의 직접 접촉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땀을 많이 흘린 뒤에는 액세서리와 접촉 부위를 깨끗이 씻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습관도 증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붉은 반점과 가려움증이 특정 부위에서만 반복되고 시판 보습제나 연고로도 잘 낫지 않는다면 자가 치료보다는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상처가 있는 피부에 오래 방치하면 이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범위가 넓어지는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