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평생 한 번도 피운 적이 없는데도 기침이 오래가거나 숨이 차서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진단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폐암을 흡연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적지 않게 발견되며, 특히 여성과 젊은 연령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과 대한폐암학회 등 전문가들은 비흡연 폐암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실내외 미세먼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 라돈 같은 실내 오염물질, 유전적 요인 등을 함께 꼽는다. 담배 연기가 아니더라도 오염된 공기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폐 조직에 손상이 서서히 쌓여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기관지를 지나 폐포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대기오염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으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잦을수록 폐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보고돼 왔다.
환기가 원활하지 않은 주방에서 기름으로 볶거나 튀기는 조리를 오랫동안 반복해 온 경우도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연기가 반복적으로 호흡기에 흡입되면 폐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조리 시 후드를 켜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습관이 권장된다.

환기 없는 조리 연기도 폐 건강에 영향 [그림=메디닉스DB]
토양과 건축자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라돈 가스도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 오래 흡입할 경우 폐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폐암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유전적으로 더 취약할 수 있어 평소보다 주의 깊게 건강 상태를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흡연 폐암은 흡연으로 인한 폐암과 비교해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특정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리고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다른 이유로 받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마른기침이 3주 이상 이어지거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흉통과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폐암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은 감기나 기관지염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관찰이 필요하다.

오래가는 기침은 병원 진료가 필요한 신호 [그림=메디닉스DB]
현재 국가암검진 사업은 만 54세부터 74세 사이의 고위험 흡연자를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CT 검진을 지원하고 있지만 비흡연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검진 시기를 놓치기 쉽다. 가족력이 있거나 오염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에서 일해 온 경우라면 의료진과 상담해 검진 여부와 시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활용하고 하루 몇 차례씩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리할 때는 후드를 켜고 조리 후에도 한동안 환기를 이어가는 것이 좋으며, 라돈 농도가 높다고 알려진 지역에 거주한다면 측정과 저감 시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침이나 호흡곤란, 흉통 같은 증상이 2주에서 3주 이상 이어진다면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는 만큼, 사소해 보이는 몸의 변화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