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째 배가 살살 아프면서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고, 어느 순간부터 체중이 눈에 띄게 줄고 미열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만 넘기지 말아야 한다. 결핵균이 장을 침범해 생기는 장결핵일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장결핵은 초기 증상이 모호해 진단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질환으로 꼽힌다.
결핵은 보통 폐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결핵균이 폐 이외의 장기로 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결핵은 폐결핵을 앓은 환자가 결핵균이 섞인 가래를 삼켜 장으로 전파되거나, 혈액이나 림프를 통해 균이 퍼지면서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장결핵은 소장과 대장이 만나는 회맹부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결핵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이다. 특히 오른쪽 아랫배에 둔하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급성맹장염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여기에 복부 팽만감,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는 배변 습관의 변화, 식욕부진까지 겹치면 장결핵을 의심해볼 만한 신호로 볼 수 있다. 통증은 식사 후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크게 느낀다.
전신 증상도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고, 오후나 저녁에 미열이 오르며, 밤에 땀이 많이 나는 야간 발한,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흔하다.
장결핵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크론병이나 대장암, 급성맹장염 등 다른 장 질환과 혼동되기 쉽다. 실제로 복부 통증과 설사가 반복되는 환자 중 일부는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장결핵으로 확진되기도 한다. 증상이 비슷한 질환이 많은 만큼 정확한 검사가 중요하다.

장결핵 진단에는 복부 CT 검사가 활용된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장벽이 좁아지는 장폐색이나 장에 구멍이 생기는 장천공, 다른 장기와 비정상적으로 연결되는 누공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폐결핵을 앓았거나 결핵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적이 있는 경우, 당뇨가 있거나 면역을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는 경우, 고령층은 장결핵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결핵균이 몸 안에서 활성화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장결핵이 의심되면 대장내시경을 통해 장 점막을 직접 관찰하고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진단 방법이다. 복부 CT로 장벽의 변화나 주변 림프절 상태를 확인하고, 객담검사나 결핵균 유전자 검사를 함께 진행해 결핵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진단이 확정되면 폐결핵과 마찬가지로 여러 항결핵제를 함께 복용하는 복합 약물 치료를 받게 된다. 치료 기간은 보통 6개월에서 9개월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치료가 실패하거나 내성균이 생길 위험이 있어 정해진 기간 동안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2주 이상 복통과 설사, 변비가 반복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감소와 미열이 이어진다면 미루지 말고 내과나 소화기내과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과거 결핵을 앓았거나 가족 중 결핵 환자가 있었다면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조기에 진료를 받는 것이 합병증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