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먼저 허가받은 치료제가 국내 환자에게는 한참 뒤에야 전달되거나, 반대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이 해외 수출 과정에서 그 나라의 규제 기준에 막혀 애를 먹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인 3일 서울에서 세계 각국의 의약품 규제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글로벌 의약품 규제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밝혔다.
의약품 규제는 오랫동안 나라마다 독자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신약 개발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다국가 임상시험과 국경을 넘는 원료·완제품 공급망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지금은, 각국 규제기관 사이의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논의는 각국 규제 당국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가 심사 방식, 안전성 정보 공유 체계, 품질관리 기준 등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특정 제도 변경을 즉시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성격의 논의로 풀이된다.
환자 입장에서 이런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각국 규제 기준이 가까워질수록 해외에서 먼저 승인된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질 여지가 생기고,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 영역에서도 환자가 접할 수 있는 치료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입장에서도 영향이 작지 않다. 나라마다 요구하는 임상자료와 품질검사 항목이 조금씩 다르면 해외 진출 때마다 별도의 서류와 시험을 새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규제 기준이 조화될수록 중복 심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세우기도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국가별 품질검사 기준 조율이 논의의 핵심 주제 /사진=AI 생성 이미지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나라별로 요구하는 품질검사 항목과 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다. 제조 공정에서 거치는 안정성 시험, 불순물 분석, 함량 균일성 확인 같은 절차가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이를 서로 인정하거나 맞춰 나가는 작업이 이번 논의에서 다뤄진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의약품 규제를 여러 나라가 함께 조율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처럼 각국 규제기관과 제약업계가 참여하는 다자 협의체가 이미 존재하며,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 논의에 참여해 의약품 허가 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춰가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논의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안전성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는 체계도 함께 논의된 주제로 전해진다. 특정 국가에서 부작용 신호가 보고되면 다른 나라 규제기관도 이를 신속히 파악해 자국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정보 공유 속도와 방식을 맞추는 일이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과제로 거론된다.
식약처는 이번 논의를 계기로 각국 규제기관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 개편이나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허가 체계와 국제 기준 사이의 접점을 넓혀가는 작업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소비자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복잡하지 않다. 복용 중인 약의 안전성 정보나 회수·판매중지 소식은 식약처 누리집이나 의약품안전나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에서 화제가 된 치료제라고 해서 임의로 구해 복용하지 말고, 국내 허가 여부와 처방 가능 여부를 먼저 의료진과 상담하는 습관이 안전한 약물 사용의 기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