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별한 외상이나 지병 없이도 오른쪽 윗배가 뻐근하게 아프고 고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한 몸살이나 소화불량으로 여기고 며칠을 버티다 뒤늦게 병원을 찾으면 간에 농양이 차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농양은 간 조직 안에 세균이나 기생충 등이 들어가 염증과 고름이 고이는 질환으로,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여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간농양은 간 조직 내부에 고름이 차는 질환으로 크게 세균에 의한 화농성 간농양과 아메바 감염에 의한 아메바성 간농양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화농성 간농양이 더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담도나 혈류를 통해 균이 간으로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화농성 간농양은 담석이나 담도염처럼 담도에 문제가 생겨 균이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 혹은 장관이나 다른 부위의 감염균이 혈류를 타고 간으로 퍼지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당뇨병이나 간경변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아메바성 간농양은 이질아메바라는 원충에 감염된 뒤 장을 통해 간으로 이동해 발생하는데, 위생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여행하거나 오염된 물과 음식을 섭취한 뒤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해외 유행지역을 다녀온 뒤 소화기 증상과 발열이 함께 나타나면 감염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간농양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고열과 오한이다. 열이 38도 이상으로 오르내리며 한기와 식은땀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고, 오른쪽 윗배나 명치 부위가 둔하게 아프거나 누르면 통증이 심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기침이나 숨을 깊게 들이쉴 때 통증이 오른쪽 어깨나 등 쪽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의심되면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으로 간 내부에 농양이 생겼는지 확인하고, 혈액검사로 염증 수치와 간 기능, 혈액 내 세균 유무를 함께 살펴본다. 아메바성 간농양이 의심될 때는 항체 검사를 추가로 진행해 원인균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음파로 간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병이 진행되면 전신 쇠약감과 식욕 저하, 체중 감소가 뒤따르고, 피부와 눈 흰자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날 수도 있다.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증상이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심해지다가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담석, 담도암 등 담도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 간이식이나 복부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은 간농양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평소와 다른 발열이나 복통이 있다면 더 유의해서 지켜봐야 한다.
치료는 원인균에 맞춘 항생제 투여가 기본이며, 농양의 크기가 크거나 약물 치료만으로 호전되지 않을 때는 피부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넣어 고름을 빼내는 경피적 배액술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드물게 농양이 여러 곳에 퍼져 있거나 터질 위험이 클 경우에는 수술로 제거하기도 한다.
간농양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고름이 복강 안으로 터져 복막염을 일으키거나, 균이 혈류로 퍼져 패혈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다. 드물게는 농양이 폐나 심장 주변까지 번지는 경우도 보고돼 있어, 증상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 모를 고열이 사흘 이상 이어지거나 오른쪽 윗배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점점 심해진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나 담도질환을 앓고 있다면 평소 혈당과 담도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고, 해외여행 후 소화기 증상과 발열이 겹치면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빠르게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