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난 뒤 한쪽 다리만 유난히 붓고 뻐근한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단순한 다리 피로가 아니라 심부정맥혈전증일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심부정맥혈전증은 허벅지나 종아리의 깊은 정맥에 혈전이 생겨 혈류를 막는 질환으로, 초기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넘기기 쉽지만 방치하면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부정맥혈전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한쪽 다리에만 나타나는 부종이다. 양쪽 다리가 똑같이 붓는 것과 달리 한쪽 다리, 특히 종아리나 허벅지 부위가 눈에 띄게 부어오르고 누르면 들어간 흔적이 남을 정도로 피부가 팽창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신던 신발이나 바지가 갑자기 꽉 끼는 느낌이 든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증 양상도 특징적이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 걷거나 발을 위로 당길 때 종아리 근육이 쥐어짜는 듯 당기고 뻐근한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단순 근육통이나 근육 피로와 달리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점차 심해지는 점이 다르다.
피부 색과 온도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혈전이 생긴 다리는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피부가 붉거나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다른 쪽 다리보다 만졌을 때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리 표면의 정맥이 평소보다 더 뚜렷하게 부풀어 보이는 것도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신호다.

깊은 정맥 속 혈전이 혈류를 막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혈류가 느려지는 상황이 자리한다. 장거리 비행이나 운전, 수술 후 장시간 누워 있는 경우처럼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오래 앉거나 눕는 상황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다리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지 못하면 정맥 속 혈액이 고여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임신이나 경구피임약·호르몬치료 등으로 혈액이 응고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경우, 비만이나 흡연, 암 치료 중인 경우, 과거에 혈전증을 앓은 적이 있는 경우도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탈수 상태 역시 혈액 농도를 높여 혈전 형성을 거들 수 있어 수분 섭취에도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심부정맥혈전증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다리에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폐동맥을 막아 폐색전증으로 이어지는데,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마른기침, 심장이 빠르게 뛰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상황으로 간주해야 한다.
따라서 한쪽 다리의 부종과 통증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고, 피부가 붉게 변하면서 열감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다리 증상과 함께 가슴 답답함이나 숨쉬기 어려움이 동반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초음파 검사로 혈전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 /사진=AI 생성 이미지
병원에서는 초음파 검사로 정맥 속 혈류 흐름과 혈전 여부를 확인하고, 혈액 속 디다이머 수치를 확인하는 혈액검사를 함께 활용해 진단한다. 진단이 확정되면 혈전이 더 커지거나 폐로 이동하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사용하고, 다리 압박을 돕는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방을 위해서는 장시간 비행이나 이동 중 틈틈이 발목을 돌리고 다리를 가볍게 움직여 혈류가 멈추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리를 오래 꼬고 앉는 자세는 피하고, 수술 후에는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걷는 등 움직임을 회복하는 것이 혈전 예방에 중요하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금연, 적정 체중 유지도 혈전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와 다르게 한쪽 다리만 붓고 열감이 느껴지거나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자가 진단으로 넘기지 말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