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미열이 있던 아이가 갑자기 40도 가까운 고열을 내고 두통을 호소하며 목을 움직이지 못하겠다고 할 때, 보호자는 흔히 단순 감기나 몸살로 넘기기 쉽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악화된다면 세균성 뇌수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감싸는 막인 수막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진행 속도가 빨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으로는 폐렴구균, 수막구균,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등이 꼽힌다. 이들 세균은 평소 코나 목 점막에 머물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감염이 겹치는 상황에서 혈류를 타고 뇌수막까지 번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러한 세균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한 비말, 밀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집단생활 공간에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성인에게 나타나는 대표 증상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극심한 두통, 목이 뻣뻣하게 굳어 턱을 가슴 쪽으로 숙이기 어려운 목경직이다. 여기에 구토, 빛에 대한 과민반응,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더해지면 단순 몸살과 구분해야 한다. 증상이 수 시간에서 하루 이틀 사이 급격히 나빠지는 양상을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유아의 경우 두통이나 목경직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채거나 평소보다 심하게 울고 젖을 잘 먹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천문이 평소보다 부풀어 오르거나 몸이 축 처지고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해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신생아와 영아는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보호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만큼 작은 변화라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영유아는 증상 표현이 어려워 세심한 관찰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세균성 뇌수막염은 기침이나 재채기로 생기는 비말, 침 등 분비물을 통한 밀접 접촉으로 전파될 수 있다. 다만 감기처럼 쉽게 옮는 것은 아니며 대부분 장시간 같은 공간에서 지내거나 식기를 함께 쓰는 등 접촉이 긴밀한 경우에 전파 위험이 높아진다. 기숙사, 어린이집, 군대와 같이 밀집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한 사람에게 발생하면 주변 사람도 함께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와 고령자, 비장을 제거했거나 만성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최근 수막 수술이나 머리 외상을 겪은 사람은 세균성 뇌수막염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대한감염학회는 이러한 고위험군에서 발열과 두통이 동반될 경우 일반인보다 더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찾아 평가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증상이 비전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더욱 중요하다.
의료기관에서는 세균성 뇌수막염이 의심되면 요추천자를 통해 뇌척수액을 채취해 백혈구 수치와 세균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한다. 동시에 혈액배양 검사를 진행해 원인균을 찾고, 필요에 따라 뇌 영상검사를 병행해 다른 질환과의 감별 및 합병증 여부를 확인한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임상 소견상 의심이 강하면 우선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진행이 빠른 만큼 진단 즉시 정맥을 통한 항생제 투여가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치료가 몇 시간만 지연되어도 예후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어 의심 단계에서부터 신속한 대응이 강조된다. 원인균이 확인되면 그에 맞는 항생제로 조정하며, 상태에 따라 염증을 줄이기 위한 보조 치료가 함께 진행되기도 한다.

진단 즉시 항생제 투여가 예후를 좌우한다 [그림=메디닉스DB]
치료가 늦어지거나 염증이 심한 경우 청력 손실,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 경련, 사지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조직 손상 등 다양한 합병증이 남을 수 있다. 전신에 세균이 퍼지는 패혈증으로 진행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복 이후에도 청력검사와 신경학적 평가를 통해 후유증 여부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
세균성 뇌수막염의 주요 원인균 중 상당수는 예방접종으로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국가예방접종사업에는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이 포함돼 있으며, 수막구균 백신은 유행 지역 방문이나 집단생활 등 필요에 따라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영유아 표준 예방접종 일정을 지키는 것이 세균성 뇌수막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확진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가족이나 동거인은 의료진 판단에 따라 예방적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보건당국이나 의료기관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평소 손씻기와 기침예절을 지키고 수건이나 식기를 따로 쓰는 생활습관도 전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갑작스러운 고열과 두통, 목경직, 의식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