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혈압을 재볼 때마다 수축기 혈압이 140을 넘는 숫자가 반복해서 나온다면 당장 약을 떠올리기보다 먼저 식단을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고혈압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자각하기 어렵지만 방치하면 심장과 혈관에 꾸준히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식사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관리법으로 꼽힌다.
혈압이 오르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나트륨 과다 섭취다. 국이나 찌개를 짜게 먹거나 라면, 가공육, 즉석식품을 자주 먹으면 체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고 이를 희석하기 위해 혈관 안의 수분량이 늘어나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구조다. 평소 국물까지 다 먹는 식습관이 있다면 양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밀리그램 이하로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소금으로 환산하면 한 숟가락이 조금 안 되는 양으로,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 자신도 모르게 권고량을 훌쩍 넘기기 쉽다. 소스나 양념을 따로 받아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나트륨을 줄이는 것과 함께 칼륨 섭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칼륨은 체내에 쌓인 나트륨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바나나, 시금치, 감자, 토마토, 콩류 같은 식품을 식단에 꾸준히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다만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칼륨 섭취 전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칼륨 풍부한 식품은 나트륨 배출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흔히 대시 식단으로 불리는 식사법은 채소와 과일,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을 중심으로 하고 붉은 고기와 단순당,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러한 식사 패턴이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참고할 만한 식단 모델로 거론된다.
흰쌀밥이나 흰 밀가루 음식보다는 현미, 귀리, 통밀 같은 통곡물을 선택하는 것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단백질은 삼겹살이나 가공육보다 생선, 콩, 두부, 닭가슴살처럼 지방이 적은 식품으로 대체하면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면서 필요한 영양소를 채울 수 있다.
체중 관리와 음주 습관도 혈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체중이 늘어날수록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고 음주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혈압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음주량을 줄이고 규칙적인 체중 관리를 병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 반복 측정이 혈압 관리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식단 조절만으로 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이미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식단 관리와 약물 치료는 서로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병행해야 혈압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는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자세로 측정하는 것이 수치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침과 저녁에 각각 두 번씩 측정해 평균값을 기록해두면 병원 방문 시 의료진이 혈압 변화 추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된다.
식단을 꾸준히 관리하더라도 혈압이 180에 120을 넘거나 심한 두통, 가슴 통증, 호흡곤란, 시야 이상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응급상황일 수 있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평소에는 짠 음식과 가공식품을 줄이고 채소와 통곡물 위주로 식사하면서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관리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