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늦게 도착하거나 서류를 깜빡해 혼나는 일이 반복되고, 집에서는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몰라 허둥대는 날이 많다면 단순한 성격 탓으로만 넘기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계에서는 어릴 때 발견되지 않고 성인이 된 뒤에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 진단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ADHD는 흔히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학창 시절에는 부모나 교사의 관리와 반복되는 생활 틀 덕분에 증상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경우도 적지 않다. 성인이 되어 혼자 일정과 업무, 가정을 꾸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비로소 어려움이 표면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놓치기 쉬운 신호로는 약속 시간에 자주 늦는 습관, 일을 시작해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향, 지갑이나 휴대전화 같은 물건을 반복해서 잃어버리는 일,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소비 패턴 등이 꼽힌다. 감정 기복이 크거나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와 집중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과잉행동보다 멍하니 있거나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주의력 저하형 증상이 두드러져 오랫동안 단순히 산만한 성격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가 ADHD로 진단받은 뒤 그 특성이 자신에게도 똑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부모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녀 진단 뒤 자신의 특성 되짚어보기 [그림=메디닉스DB]
학창 시절에는 정해진 시간표와 반복되는 숙제 패턴이 어느 정도 생활을 지탱해 주었지만, 직장 생활과 육아, 가사가 동시에 겹치는 성인기에는 스스로 일정을 짜고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억눌려 있던 집중력과 조직력의 어려움이 비로소 겉으로 드러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안장애나 우울증, 불면 등 다른 정신건강 문제를 먼저 치료받다가 증상이 잘 호전되지 않아 추가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ADHD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계에서는 이러한 동반 질환이 ADHD의 본질적 증상을 가려 진단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성인 ADHD 진단은 현재의 증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비슷한 어려움이 지속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장 과정에 대한 면담과 표준화된 평가 척도, 가족이나 과거 생활기록을 참고한 자료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한다.
다른 정신질환이나 신체 질환으로 인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배제하는 과정도 함께 이뤄진다. 검사에는 보통 여러 차례의 진료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두 번의 온라인 자가진단만으로 스스로 ADHD라고 단정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성장 과정 면담과 평가척도로 신중하게 진단 [그림=메디닉스DB]
치료는 증상과 생활 환경에 따라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생활 습관 조정 등을 함께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약물은 전문의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되며, 동시에 할 일을 기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훈련도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 이후 직장이나 가정에서 특성을 이해받고 업무 방식을 일부 조정받는 것도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증상을 숨기기보다 주변에 알리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꾸준한 치료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어릴 때부터 비슷한 어려움이 반복됐고 이로 인해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 재정 관리에 지속적인 지장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일정은 메모와 알림 앱으로 관리하고, 할 일은 작은 단위로 나눠 처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상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