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진 날씨에 산으로 발길을 돌리는 러너가 늘고 있다. 포장도로 대신 흙길과 돌부리, 낙엽이 쌓인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는 트레일러닝은 평지 러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움직임을 요구한다. 준비 없이 무작정 산길을 달리다가는 발목 염좌나 낙상 같은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신발이다. 일반 로드러닝화는 바닥이 매끄러워 젖은 낙엽이나 흙길에서 미끄러지기 쉽다. 트레일 전용화는 바닥 돌기가 깊고 간격이 넓어 접지력이 뛰어나며, 발목 주변을 조금 더 감싸주는 구조로 되어 있어 불규칙한 지면에서도 안정감을 준다.
신발 안에 발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끈을 단단히 조이는 것도 중요하다. 내리막을 달릴 때 발가락이 신발 앞부분에 계속 부딪히면 발톱이 멍들거나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평소 신는 신발보다 반 사이즈 정도 여유 있는 것을 고르고, 착용 전 산길에서 짧게 걸어보며 발이 편안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의류도 층을 겹쳐 입는 방식이 유리하다. 산속은 기온 변화가 평지보다 크고 바람도 강하게 불 수 있어, 땀을 빠르게 배출하는 속건 소재 상의에 바람막이를 더하는 식으로 준비하면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된다. 해가 짧아지는 시기이므로 어두워질 때를 대비해 헤드랜턴이나 손전등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접지력 좋은 트레일화가 안전한 산행의 기본 [그림=메디닉스DB]
자세 역시 평지와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오르막에서는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보폭을 좁혀 종종걸음으로 오르는 편이 체력 소모를 줄인다. 반대로 내리막에서는 상체를 곧게 세우고 무게중심을 뒤로 두어야 무릎과 발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다.
내리막을 너무 빠르게 달리면 제동이 어려워 넘어질 위험이 커진다. 보폭을 짧게 유지하면서 발바닥 전체로 착지하는 감각을 익히면 미끄러짐을 줄일 수 있다. 시선은 발밑 두세 걸음 앞을 훑듯이 보아야 돌부리나 나무뿌리 같은 장애물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안전 수칙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혼자 산길을 달리기보다는 동행자와 함께하거나, 부득이 혼자 나설 경우 가족이나 지인에게 대략적인 경로와 예상 시간을 알려두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는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하고,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구간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지도를 다운로드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내리막에서는 보폭을 줄이고 시선은 발밑에 [그림=메디닉스DB]
수분과 간식 준비도 빼놓을 수 없다. 평지보다 체력 소모가 크고 급수대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소형 물병이나 러닝 조끼에 물과 간단한 에너지바를 챙기는 것이 권장된다. 특히 초입부터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면 중반 이후 탈진이나 근육 경련으로 이어질 수 있어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국립공원공단 등 산림 관리 기관은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난 무단 산행을 자제하고, 야생동물 서식지나 낙석 위험 구간에서는 안내판을 따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처음 가보는 산이라면 등산 애플리케이션이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코스 정보를 미리 확인해 난이도를 가늠해보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산길은 발목과 무릎, 고관절에 복합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에 달리기 전후로 종아리와 발목, 허벅지 뒤쪽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처음 트레일러닝을 시작하는 경우 완만한 둘레길부터 짧은 거리로 적응 기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달리는 도중 발목이 삐끗하거나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면 무리하지 말고 즉시 걷기로 전환해야 한다.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붓기나 열감이 동반된다면 얼음찜질로 응급 처치를 한 뒤 병원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을 산행철 안전한 트레일러닝을 위해서는 신발과 장비, 자세와 페이스까지 꼼꼼히 챙기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