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하다가 문득 불알 한쪽이 축 늘어진 느낌이 들거나, 서 있을 때만 유독 음낭이 묵직하게 당기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면 정계정맥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손으로 만졌을 때 꼬불꼬불한 혈관 덩어리, 흔히 지렁이 뭉치 같다고 표현되는 조직이 느껴진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한 신호다.
정계정맥류는 고환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보내는 정맥이 늘어나면서 판막 기능이 떨어져 혈액이 역류하고 정맥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대한비뇨의학회에 따르면 주로 왼쪽 음낭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좌측 정맥이 우측보다 길고 신장 정맥에 수직으로 연결되는 해부학적 구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아무 느낌 없이 지내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고, 오래 서 있거나 운동 후 음낭이 묵직하게 당기거나 은근한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낭이 처지거나 좌우 크기 차이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도 한다.
정계정맥류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통증뿐 아니라 고환 온도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정맥에 혈액이 고이면 고환 주변 온도가 올라가고, 이는 정자 생성과 운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남성 불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불임 클리닉을 찾은 남성 중 상당수에서 정계정맥류가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음파로 정맥 확장과 역류 여부 확인 [그림=메디닉스DB]
진단은 비뇨의학과에서 시진과 촉진으로 대부분 이뤄지며, 필요하면 초음파 검사로 정맥 확장 정도와 역류 여부를 확인한다. 증상이 경미하고 정자 검사 결과에도 큰 이상이 없다면 정기적인 추적 관찰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많다.
반면 통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거나, 고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위축 소견이 보이거나, 정액 검사에서 정자 수나 운동성이 떨어진 경우에는 정계정맥류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인데 원인 불명의 난임이 지속되는 부부라면 남성 측 정계정맥류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계정맥류수술은 늘어나거나 역류가 심한 정맥을 찾아 묶거나 차단해 혈액이 정상적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배 부위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 사타구니 쪽에서 작은 절개로 진행하는 방법, 복강경을 이용하는 방법 등 여러 술식이 있으며 환자 상태와 병원 여건에 따라 선택된다.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정맥 결찰 수술 장면 [그림=메디닉스DB]
수술 시간은 대체로 한 시간 안팎으로 짧은 편이고, 최근에는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정맥만 정확히 찾아 결찰하는 방식이 늘어나면서 재발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어떤 수술이든 완치를 100퍼센트 보장하지는 않으며, 드물게 재발하거나 음낭에 물이 차는 음낭수종이 생길 수 있어 사전에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수술 후에는 하루 이틀 정도 통증이나 부기가 있을 수 있고, 냉찜질과 처방받은 진통제로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리한 운동이나 장시간 서 있는 자세는 회복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의료진이 안내하는 기간 동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정자 상태의 변화는 수술 직후가 아니라 수개월 뒤 정액 검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평소 정계정맥류 증상을 조기에 알아차리려면 정기적으로 자가 촉진을 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음낭 부위에 묵직한 통증이나 눈에 띄는 혈관 덩어리가 느껴지거나, 결혼 후 임신 시도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미루지 말고 비뇨의학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