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씻고 나서 걸어둔 목욕타월에서 며칠째 눅눅한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면 곰팡이가 이미 자리 잡았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매일 물기를 머금은 채 좁은 욕실 걸이에 걸리는 목욕타월은 온도와 습도, 각질이나 비누 찌꺼기 같은 유기물까지 갖춰 곰팡이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쉽다. 사용 후 제대로 말리지 않는 습관 하나가 위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어본다.
곰팡이는 대체로 온도 20도 이상, 습도 70퍼센트 안팎의 눅눅한 환경에서 빠르게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욕 직후 욕실은 뜨거운 물로 인해 실내 습도가 순간적으로 크게 올라가고, 환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그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여기에 사람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과 씻고 남은 비누 성분, 세제 찌꺼기가 수건 섬유에 남아 곰팡이균에게는 좋은 먹이가 되기도 한다.
특히 욕실은 창문이 없거나 작아 자연 환기가 어려운 구조가 많고, 세탁물이나 수건, 매트 등 물기를 머금은 직물이 한 공간에 몰려 있어 습도가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여기에 목욕타월을 여러 장 겹쳐 걸어두거나 접어서 걸이에 두면 안쪽 면까지 바람이 닿지 않아 겉보기에는 말라 보여도 속은 축축한 상태로 남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조건이 반복되면 곰팡이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부터 서서히 자리를 넓혀간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목욕타월을 매번 새 것으로 바꾸기보다 하루 이틀 이상 같은 수건을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걸어두는 방식이 곰팡이 번식 여부를 크게 좌우한다. 벽이나 문에 붙은 좁은 걸이에 수건을 반으로 접어 걸면 접힌 안쪽 면은 통풍이 거의 되지 않아 마르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다른 수건이나 옷과 겹쳐 걸어두면 서로 맞닿은 부분에서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축축한 상태가 지속되기 쉽다.

겹쳐 걸린 수건은 안쪽까지 잘 마르지 않는다 [그림=메디닉스DB]
수건에서 시큼하거나 걸레 냄새 같은 냄새가 난다면 이미 세균과 곰팡이가 섬유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런 냄새는 세탁을 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곰팡이균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이 섬유 조직에 스며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냄새가 반복적으로 나는 수건은 눈으로 얼룩이 보이지 않더라도 위생 상태를 의심하고 교체나 고온 세탁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곰팡이에 오염된 수건을 얼굴이나 몸에 반복해서 문지르면 피부 자극이나 가려움, 붉은 반점 같은 트러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곰팡이 포자가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오면 기침이나 코막힘 같은 알레르기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세균과 곰팡이가 뒤섞인 축축한 수건은 상처 부위에 사용할 경우 이차 감염의 통로가 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처럼 피부 장벽이 약해진 사람,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이 있는 사람은 곰팡이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영유아나 고령자,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역시 같은 이유로 위생 관리에 더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 취약군은 수건뿐 아니라 욕실 매트, 샤워커튼 등 다른 젖은 직물도 함께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사용한 목욕타월을 접거나 겹쳐두지 않고 최대한 펼쳐서 공기와 닿는 면적을 넓히는 것이다. 걸이나 봉에 걸 때도 수건과 수건 사이, 수건과 벽 사이에 간격을 두어 바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 장을 여러 날 계속 쓰기보다는 두세 장을 번갈아 사용해 매번 완전히 마른 수건을 쓰는 로테이션 방식도 곰팡이 번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수건을 펼쳐 말리면 곰팡이 번식을 줄일 수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세탁 주기 역시 중요한데, 목욕타월은 매일 또는 이틀에 한 번은 세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물 온도는 섬유가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되도록 높게 설정하는 것이 곰팡이균과 세균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세탁 후에는 통풍이 잘되는 실외나 건조기를 이용해 완전히 말린 뒤 보관해야 하며, 반쯤 마른 상태로 접어두면 세탁 효과가 무색해질 수 있다. 섬유유연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흡수력이 떨어지고 습기가 더 오래 남을 수 있어 사용량 조절도 필요하다.
욕실 자체의 습도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목욕이나 샤워 후에는 환풍기를 일정 시간 이상 가동하거나 창문을 열어 습한 공기를 빼내는 습관이 필요하다. 여름철 장마 기간이나 겨울철 결로가 심한 계절에는 제습기를 활용해 욕실 습도를 낮추는 것도 곰팡이 발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건걸이나 벽면, 타일 줄눈 부분에 이미 검은 곰팡이 자국이 보인다면 수건 관리와 별개로 욕실 자체의 청소와 소독도 병행해야 한다.
평소와 달리 특정 수건을 사용한 뒤 피부 가려움이나 붉은 발진이 반복되거나, 기침·재채기 같은 호흡기 증상이 뚜렷해진다면 곰팡이 노출을 의심하고 해당 수건 사용을 즉시 중단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며칠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자가 관리에 그치지 않고 피부과나 이비인후과 등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목욕타월을 펼쳐 말리고 주기적으로 세탁하는 작은 습관이 욕실 위생을 지키는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