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단을 오르거나 장바구니를 들 때 유난히 다리에 힘이 빠지고 숨이 가빠진다고 느끼는 중년·노년층이 적지 않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라 근육량과 근력이 점차 줄어드는 ‘근감소증’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노인성 질환 논의는 흔히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계 질환에 집중되지만, 근육량 저하 역시 노화 속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뼈대근육(골격근)의 양과 근력, 신체 기능이 함께 줄어드는 상태를 말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근육량은 보통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줄기 시작해 60대를 지나면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팔다리처럼 움직임이 많은 부위의 근육이 먼저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본인도 모르는 사이 보행이나 균형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근육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혈당을 조절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넘어질 때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근육량이 줄면 쉽게 넘어지고 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커지며, 활동량이 줄어든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대사 기능 저하와 만성질환 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근감소증은 혈액검사만으로 바로 알 수 있는 질환이 아니어서,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법을 익혀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악력 측정’이다. 별도 기구가 없다면 양손으로 수건을 꽉 짜듯 쥐어보는 동작을 통해 평소보다 손힘이 약해졌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악력 측정은 근감소증 자가진단의 대표 방법 /사진=AI 생성 이미지
또 다른 방법은 ‘의자에서 일어나기 검사’다. 팔을 사용하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했을 때, 예전보다 일어서기가 눈에 띄게 힘들거나 속도가 느려졌다면 하지 근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바닥에 앉았다가 혼자 일어서는 것이 어려워졌다면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걸음 속도 역시 근감소증을 가늠하는 단서가 된다. 평소보다 보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보폭이 좁아졌다면 근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종아리 둘레를 양손 엄지와 검지로 감싸 쥐었을 때 틈이 생길 정도로 가늘어졌다면 근육량 감소를 의심해볼 수 있는 간단한 척도로 활용된다.
근감소증은 노화 자체뿐 아니라 영양 섭취 부족, 활동량 저하, 만성질환, 장기간 침상 생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상태에서 움직임이 줄어드는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 근육 손실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 체중 감량에만 집중한 식단 조절도 근감소증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장기간 활동량 저하는 근감소증 위험을 높인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특히 식사량이 줄어든 고령층, 수술이나 입원으로 오랜 기간 누워 지낸 환자, 당뇨병이나 만성 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경우 근감소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나 파킨슨병처럼 눈에 띄는 증상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거동 능력과 독립적인 생활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자가진단에서 근력 저하나 보행 속도 감소가 의심된다면 병원에서 악력계 측정이나 보행속도 검사, 체성분 분석 등을 통해 근육량과 근력을 정밀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대한노인병학회 등 관련 학회는 이러한 검사로 근감소증 여부를 진단하고, 동반 질환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근감소증을 예방하거나 늦추려면 규칙적인 저항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가장 기본이 된다. 가벼운 아침 산책이나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 계단 오르기 같은 동작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근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평소보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병뚜껑을 여는 힘조차 약해졌다고 느껴진다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