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만 되면 반려견이 집 안을 서성이거나 이유 없이 짖어대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반복되고 점점 심해진다면 노령견에게 찾아오는 뇌 노화성 질환인 인지기능장애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자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개 인지기능장애는 사람의 치매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나이가 들면서 뇌 기능이 점차 떨어지며 행동과 인지 능력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주로 10세 이상의 노령견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형견보다 수명이 긴 편이어서 노년기를 길게 보내는 품종일수록 더 자주 관찰된다는 보고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익숙한 집안 공간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거나,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행동이 꼽힌다. 늘 다니던 산책로에서도 갈 곳을 찾지 못하거나, 가구나 벽 모서리에 자주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멀쩍이 서서 허공을 바라보거나 벽을 향해 짖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수면과 각성 리듬이 뒤바뀌는 것도 흔한 변화 중 하나다. 낮에는 평소보다 많이 자고 늘어져 있다가, 밤이 되면 오히려 잠들지 못하고 집 안을 돌아다니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짖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런 야간 행동은 보호자의 수면까지 방해해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며, 가족 전체의 피로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면각성 리듬이 뒤바뀐 노령견의 낮과 밤 /사진=AI 생성 이미지
보호자나 다른 가족을 알아보는 반응이 둔해지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려지는 경우도 관찰된다. 오랫동안 잘 지키던 배변 습관이 갑자기 흐트러지거나, 익혀둔 명령어에 반응하지 않는 등 학습된 행동의 퇴행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가족과의 애착 표현이 줄어들고 반응이 무뎌지는 모습도 함께 동반되곤 한다.
이런 변화는 뇌 속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알츠하이머병에서 관찰되는 것과 비슷한 단백질 축적이 뇌 조직에서 나타나며, 이로 인해 신경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혈류 순환이 둔화되면서 뇌에 전달되는 산소와 영양이 줄어드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대한수의사회 등 전문가들은 노령견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변화로 인지기능장애를 꼽으면서도, 보호자들이 단순한 노화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조기에 발견해 관리를 시작할수록 증상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상을 방치할 경우 보호자와의 소통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다만 야간 배회나 짖음 같은 행동은 관절통이나 청력·시력 저하, 신장질환 등 다른 신체적 문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되면 동물병원을 방문해 다른 질환 가능성을 먼저 배제하는 검사와 행동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증이나 감각 저하가 원인이라면 이를 먼저 치료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다른 질환 배제 위해 받는 노령견 건강검진 /사진=AI 생성 이미지
생활 환경을 정비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야간에는 은은한 조명을 켜두어 반려견이 공간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가구 배치를 자주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산책과 놀이를 통해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도 권장되며, 일정한 시간에 식사와 취침을 반복하는 습관이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새로운 장난감이나 냄새 맡기 놀이처럼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꾸준히 제공하면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식이 관리와 보충제 사용은 임의로 결정하기보다 수의사와 상담을 거쳐 반려견의 건강 상태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과도한 환경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어 서서히 적응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려견이 밤마다 짖거나 배회하는 행동이 한두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평소와 다른 행동 변화가 함께 관찰된다면 노화로 단정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조기 상담과 꾸준한 관리가 반려견의 남은 노년기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