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쓰다듬은 뒤 팔이나 손등에 동그랗고 가장자리가 붉게 올라온 발진이 생겼다면 단순 알레르기로 여기고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피부 변화는 동물에게서 옮은 피부진균증, 흔히 링웜이라 불리는 감염일 가능성이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링웜이라는 이름 때문에 기생충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벌레가 아니라 피부진균, 즉 곰팡이균에 의한 감염이다. 이 균은 피부의 각질층과 털, 손발톱을 구성하는 케라틴을 영양분으로 삼아 자라며, 감염 부위가 둥근 고리 모양으로 번지는 특징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에 속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피부진균증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는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 질환 중 하나다. 특히 어린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는 감염돼도 뚜렷한 증상이 없거나 아주 약한 변화만 보이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모르는 사이에 병원체를 옮기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반려동물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은 얼굴이나 귀, 발끝 등에 생기는 동그랗고 비늘처럼 일어나는 털 빠짐이다. 가려움은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단순한 탈모나 피부 건조로 오인하기도 한다. 털이 짧거나 색이 밝은 부위에서는 발견이 쉽지만, 털이 많은 부위는 자세히 만져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반려동물 피부 변화는 조기에 확인해야 [그림=메디닉스DB]
사람에게 감염되면 접촉이 있었던 팔, 손, 목, 얼굴 등에 둥글게 테두리가 붉게 솟아오르고 가운데는 비교적 깨끗한 모양의 발진이 나타난다. 가장자리를 따라 가려움과 각질이 동반되며, 시간이 지나면 고리 모양이 점점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무좀이나 완선 같은 다른 부위의 진균증과 원인균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고령자, 만성질환으로 면역이 저하된 사람에게서 증상이 더 뚜렷하고 넓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여러 마리의 동물을 함께 키우거나 유기동물 보호소, 동물병원처럼 많은 동물과 접촉하는 환경에서도 노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전파는 감염된 동물의 털이나 피부에 직접 닿는 경우뿐 아니라 빗, 담요, 쿠션, 이동장처럼 균이 묻은 물건을 통한 간접 접촉으로도 이뤄진다. 피부진균의 포자는 건조한 환경에서도 상당히 오래 생존할 수 있어, 감염된 동물이 더는 집에 없더라도 청소되지 않은 생활용품을 통해 뒤늦게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

빗과 담요 등 생활용품은 자주 소독해야 [그림=메디닉스DB]
진단을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특수한 조명을 이용한 검사나 진균 배양검사를 거쳐 원인균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 역시 습진이나 두드러기 등 다른 피부질환과 모양이 비슷해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임의로 연고를 바르기보다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는 사람과 동물 모두 항진균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바르는 약만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먹는 항진균제를 병행하기도 한다. 완치까지 수 주가 걸릴 수 있어 중간에 증상이 가라앉았다고 임의로 치료를 멈추면 재발하거나 다른 가족에게 재전파될 위험이 있다.
치료 기간에는 감염된 반려동물을 다른 동물이나 가족과 분리된 공간에서 지내게 하고, 사용한 빗과 담요, 장난감은 따로 모아 자주 세척하고 소독하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을 만진 뒤에는 곧바로 손을 씻고, 사람 수건과 동물용 수건을 구분해 사용하는 습관도 전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집 안에서 동그란 발진이 가족 여러 명에게서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나거나, 반려동물이 특정 부위를 계속 긁고 털이 둥글게 빠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가 치료에 앞서 동물병원과 피부과를 함께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기에 원인을 파악하면 치료 기간도 짧아지고 가족 간 재전파도 예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