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라면 한 번쯤 발톱에 긁히거나 가볍게 물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며칠 지나면 상처가 아물지만, 간혹 긁힌 자리가 붉게 부어오르고 근처 림프절까지 커지면서 미열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진다면 묘소병, 즉 고양이에게서 옮는 바르토넬라균 감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묘소병은 바르토넬라 헨셀레라는 세균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은 고양이의 혈액 속에 머물다가 벼룩을 매개로 고양이 사이에서 전파되고, 사람은 감염된 고양이에게 긁히거나 물리는 과정에서 상처를 통해 균에 노출될 수 있다. 고양이 자신은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아주 가볍게 지나가기 때문에 보호자가 감염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묘소병은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 중 하나로, 국내에서도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관련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어린 고양이나 길고양이와 접촉이 잦은 경우 벼룩을 매개로 한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이 감염되면 긁히거나 물린 부위에 작은 붉은 발진이나 물집이 먼저 생기고, 1~3주 뒤 해당 부위와 가까운 림프절이 부어오르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겨드랑이나 목, 사타구니 쪽 림프절이 부풀어 오르면서 통증을 동반하고, 미열과 피로감, 두통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건강한 성인은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특별한 치료 없이도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림프절이 부었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그림=메디닉스DB]
문제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인 등은 바르토넬라균 감염이 간이나 비장 등 장기로 번지거나 혈관 조직에 이상을 일으키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드물게는 눈 주변 염증이나 신경계 증상으로 나타나는 사례도 있어 면역저하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묘소병이 의심되면 병원에서는 긁히거나 물린 병력과 림프절 부종 양상을 함께 살펴본 뒤 혈액검사를 통해 항체 유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초기 증상이 다른 피부 감염이나 림프절염과 비슷해 보일 수 있어, 반려묘와의 접촉 이력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증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경우에는 특별한 약물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하지만, 림프절 통증이 심하거나 면역력이 낮은 사람이라면 의사 판단에 따라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한다. 임의로 민간요법이나 자가 처방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증상이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벼룩 관리가 묘소병 예방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림=메디닉스DB]
예방을 위해서는 고양이의 벼룩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벼룩이 바르토넬라균을 고양이 사이에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인 만큼, 정기적인 구충과 체외 기생충 예방 관리를 통해 벼룩 번식을 막는 것이 사람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만 기르는 고양이라도 다른 동물과의 접촉이 있었다면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고양이와 놀아줄 때는 손이나 발을 장난감처럼 물고 긁게 두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아이나 면역력이 약한 가족 구성원이 있는 집이라면 고양이가 거칠게 장난치지 않도록 미리 훈련하고, 긁히거나 물렸을 때는 즉시 비누와 흐르는 물로 상처 부위를 충분히 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길고양이를 돌보거나 새로 입양한 고양이를 키우게 됐다면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과 벼룩 관리 상담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고양이 발톱을 주기적으로 짧게 다듬어 주는 것도 긁힘으로 인한 상처 자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긁히거나 물린 상처가 일반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1~2주 이상 붉고 부은 상태로 낫지 않거나, 근처 림프절이 눈에 띄게 커지고 미열이 동반된다면 자가 판단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면역저하 질환을 앓고 있거나 치료 중인 가족이 고양이에게 긁히거나 물렸다면, 증상이 경미해 보여도 조기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