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서 노랗게 익은 은행나무 열매가 길가와 공원 곳곳에 떨어져 있다. 반려견과 산책하다 보면 냄새에 이끌린 강아지가 떨어진 은행알을 코로 킁킁거리다 그대로 입에 넣고 삼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은행은 사람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는 성분을 지니고 있어, 반려견이 섭취했을 때는 구토나 설사뿐 아니라 심한 경우 경련까지 나타날 수 있다. 가을철 산책길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위험 요소다.
은행나무 열매의 겉껍질과 씨껍질 안쪽에는 4-오-메틸피리독신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은 체내에서 비타민B6의 작용을 방해해 신경 전달 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에게도 날 은행을 많이 먹었을 때 구토나 경련이 나타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는데, 체구가 작고 해독 능력이 사람보다 떨어지는 반려견은 훨씬 적은 양으로도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반려견이 은행을 먹은 뒤 나타나는 증상은 섭취량과 반려견의 체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적은 양을 먹었을 때는 구토, 설사, 침 흘림 등 소화기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양을 삼켰거나 몸집이 작은 소형견이라면 몸 떨림, 근육 경련, 보행 이상 등 신경계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은행알뿐 아니라 겉을 둘러싼 과육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은행 과육은 특유의 냄새를 내는 성분이 피부에 닿으면 자극성 접촉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산책 후 발바닥이나 주둥이 주변이 발갛게 변하거나 가려워하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은행나무가 많은 길을 산책했다면 집에 돌아온 뒤 발을 닦아주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산책길에 떨어진 은행알을 살피는 강아지 [그림=메디닉스DB]
떨어진 은행알은 삼키기 쉬운 크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어 중독 외에도 기도나 식도에 걸리는 이물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입이 작은 소형견이나 노령견은 삼키는 과정에서 걸리거나 구토를 반복하면서 탈수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산책 중 반려견이 바닥의 열매를 코로 들이대는 행동을 보이면 곧바로 리드줄을 당겨 거리를 두는 것이 안전하다.
농촌진흥청과 여러 동물병원 자료에 따르면 은행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은 주로 가을철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길가에 떨어진 열매가 가장 많은 시기인 만큼, 이 시기 산책로 선택부터 신경 쓰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 은행나무가 많은 공원이나 가로수길보다는 비교적 열매가 없는 구간으로 산책 경로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예방법이 될 수 있다.
반려견이 은행을 먹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면 억지로 입을 벌려 꺼내려 하기보다 침착하게 반려견을 안정시키고 삼킨 양을 가늠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소량이라도 먹었다면 곧바로 동물병원에 연락해 섭취 시각과 추정 섭취량을 알리고 안내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임의로 구토를 유도하거나 사람이 먹는 약을 먹이는 행동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동물병원 진료가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성분의 특성상 섭취 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구토나 떨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산책 중 은행을 주워 먹은 사실을 확인했다면 당장 별다른 증상이 없어도 하루 정도는 반려견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 외에도 가을철 산책길에는 도토리, 밤송이, 떨어진 과일 등 반려견이 흥미를 보이는 먹잇감이 많다. 이런 열매들 역시 양에 따라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산책 전 반려견에게 바닥의 물체를 입에 대지 않도록 평소 훈련을 시켜두는 것이 여러 중독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을철 산책 중 반려견이 구토, 설사, 몸 떨림, 보행 이상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지체 없이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보호자는 산책로에 떨어진 은행알이 있는지 미리 살펴보고 리드줄을 짧게 잡아 반려견이 바닥 열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을철 중독 사고를 줄이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