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모래를 치우는 일은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집안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톡소플라즈마라는 기생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환절기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가을철, 반려묘와 함께 사는 사람이라면 이 감염병의 특징과 예방법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톡소플라즈마는 고양이과 동물의 장에서만 번식해 알을 형성하는 원충성 기생충으로, 질병관리청은 이를 사람과 동물 사이에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감염된 고양이는 배설물을 통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양의 알을 배출하며, 이 알은 환경에서 상당 기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이 감염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고양이 배설물을 맨손으로 만지거나 오염된 모래를 정리한 뒤 손을 씻지 않고 입이나 눈을 만지는 경우, 덜 익힌 육류나 오염된 물을 섭취하는 경우, 텃밭이나 흙을 만진 뒤 손을 씻지 않는 경우에도 전파될 수 있다. 특히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가을철에는 노출 기회가 많아진다.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은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더라도 뚜렷한 증상 없이 지나가거나 가벼운 발열, 근육통, 림프절 부종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만 겪고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임신부는 모래 관리 시 더욱 주의해야 [그림=메디닉스DB]
다만 임신부는 예외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중 처음 감염될 경우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고, 선천성 톡소플라즈마증으로 이어져 시력이나 신경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임신 중인 여성은 고양이 모래 관리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맡기는 것이 권장된다.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도 중증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으로 꼽힌다. 항암 치료를 받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만성질환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 경우에는 톡소플라즈마 감염이 뇌염이나 폐렴 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건강한 사람보다 세심한 예방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고양이 자체의 감염 경로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주로 들쥐나 새 등 작은 동물을 사냥해 섭취하거나 날고기를 먹는 과정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으며,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사료만 먹는 고양이는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가을철 흙 작업 시 장갑 착용이 도움 [그림=메디닉스DB]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은 모래 상자를 매일 치우는 것이다. 알이 전염성을 띠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배설물을 최대한 빨리 치우면 노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모래를 정리할 때는 가능하면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이 끝난 뒤에는 비누로 손을 꼼꼼히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가을철에는 텃밭 가꾸기나 낙엽 정리처럼 흙을 만지는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데, 길고양이의 배설물이 섞여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맨손 작업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흙 작업 후에는 손을 씻기 전까지 음식물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수확한 채소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섭취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육류를 충분히 익혀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돼지고기나 양고기 등은 내부까지 완전히 익혀야 하며, 조리 도구와 손도 생육을 다룬 뒤에는 깨끗이 세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돗물이 아닌 물을 마실 때는 정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더라도 큰 걱정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임신 계획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라면 모래 관리와 손 씻기, 익힌 음식 섭취 같은 기본 생활위생을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 발열이나 근육통 등 의심 증상이 지속되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