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콧물과 재채기를 반복하고 눈을 자주 비비거나 충혈된 모습을 보이면 보호자들은 흔히 가벼운 감기 정도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며칠째 이어진다면 고양이 허피스바이러스성 비기관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질환은 고양이 클라미디아 감염과 겉보기 증상이 비슷해 보호자 스스로 구분하기 어렵지만, 원인체와 진행 양상, 치료 접근이 다르다는 점에서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고양이 허피스바이러스성 비기관염은 고양이 허피스바이러스 1형이 원인으로, 고양이 상부호흡기 감염증 가운데 가장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는 재채기나 콧물, 눈물 등 분비물을 통해 빠르게 퍼지며, 다두 사육 환경이나 보호소, 번식장처럼 여러 고양이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전염 속도가 특히 빠른 편이다.
감염된 고양이는 재채기와 맑거나 누런 콧물, 결막염으로 인한 눈 충혈과 눈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해지면 각막에 작은 궤양이 생기거나 혀나 입천장에 궤양성 병변이 동반되기도 하며, 식욕이 떨어지고 미열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막힘이 심한 고양이는 냄새를 맡지 못해 밥을 거부하기도 한다.
반면 고양이 클라미디아 감염증은 클라미디아 펠리스라는 세균성 병원체가 원인으로, 주로 눈의 결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콧물이나 재채기 같은 호흡기 증상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나타나는 대신, 한쪽 눈에서 시작된 충혈과 눈곱이 서서히 양쪽으로 퍼지며 몇 주에 걸쳐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결막염과 콧물은 두 감염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증상 [그림=메디닉스DB]
두 질환을 구분하는 핵심은 각막 침범 여부와 증상의 진행 속도에 있다. 허피스바이러스 감염은 각막에 궤양이나 혼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비교적 많고 증상이 급격히 나타나는 편인 데 비해, 클라미디아 감염은 각막보다는 결막에 국한된 염증이 서서히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 차이로 꼽힌다.
고양이 허피스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삼차신경절 등 신경조직에 잠복해 있다가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 면역력 저하 시 재활성화되어 증상이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이사나 새로운 고양이의 합사, 병원 방문 등이 재발의 계기가 될 수 있어 다두 가정에서는 생활환경 변화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두 질환 모두 눈과 코 증상이 겹쳐 보호자가 눈으로만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동물병원에서는 분비물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면 바이러스성 감염인지 세균성 감염인지 비교적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증상만으로 임의로 사람용 안약이나 감기약을 먹이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로 바이러스성과 세균성 감염을 구분할 수 있다 [그림=메디닉스DB]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허피스바이러스 감염은 완치가 아닌 증상 완화와 재발 관리에 중점을 두며, 수의사 처방에 따른 항바이러스 안약이나 영양 보충이 활용되기도 한다. 클라미디아 감염은 세균성 질환이므로 적절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며, 완치를 위해서는 처방 기간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두 질환 모두 세균이 추가로 감염되는 이차 감염이 겹치면 증상이 더 오래가고 심해질 수 있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두 가정이라면 감염된 고양이의 식기와 화장실, 담요 등을 분리해 사용하고 손을 씻는 등 교차 감염을 막는 생활 습관도 함께 지켜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새끼 고양이 때부터 종합백신 접종을 통해 허피스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갖추는 것이 권장된다.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증상의 중증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콧물과 재채기가 사흘 이상 이어지거나 눈을 뜨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집에서 지켜보기보다 동물병원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