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천 조각이나 비닐봉지, 고무줄, 실 같은 물건을 입에 넣고 물어뜯거나 통째로 삼키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인다면 단순한 장난으로 넘기기 어렵다. 이런 행동이 자주 나타난다면 이식증이라 불리는 행동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식증은 먹을 수 없거나 영양가가 없는 물건을 지속적으로 핥고 씹고 삼키는 행동을 말한다. 사람에서도 보고되는 증상이지만 고양이에서는 양모나 천 섬유를 빨거나 씹는 형태로 흔히 나타나 과거에는 울 서킹이라는 별도 용어로 불리기도 했다.
고양이가 즐겨 노리는 물건은 니트나 울 소재의 옷, 담요, 비닐봉지, 고무줄, 끈, 플라스틱 조각 등 다양하다. 질감이 부드럽거나 쫄쫄거리는 소리가 나는 물건, 사람의 체취가 남은 옷가지에 특히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원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스트레스다. 이사나 가족 구성원의 변화, 새로운 반려동물의 등장,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환경 변화가 생겼을 때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이물질을 씹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 될 수 있어 [그림=메디닉스DB]
어린 시절 너무 이른 시기에 어미로부터 떨어져 젖을 뗀 경우에도 이식증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샴이나 버마 등 동양종 고양이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유전적 소인이 작용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충분한 자극 없이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사냥 본능을 발산할 기회가 부족하거나 놀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 물건을 물고 뜯는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단순한 습관을 넘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삼킨 이물질이 식도나 위, 장에 걸리면 장폐색으로 이어져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끈이나 실 같은 선형 물체는 장을 당기며 손상을 일으키기도 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반복적인 구토, 식욕 저하, 기운 없음, 배를 만졌을 때 아파하는 반응 등이 나타난다면 이물질로 인한 장폐색을 의심하고 즉시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평소와 달리 화장실을 잘 가지 않거나 변 상태가 달라지는 것도 눈여겨볼 신호다.

이상 증상 있으면 바로 병원 진료 받아야 [그림=메디닉스DB]
이식증으로 보이는 행동을 보였다고 해서 곧바로 행동 문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치과 질환이나 소화기 질환, 빈혈 등 내과적 문제가 숨어 있을 수 있어 동물병원에서 혈액검사와 신체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을 먼저 배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행동학적 원인이 확인되면 생활 환경을 바꿔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캣타워나 숨을 공간을 마련하고, 먹이를 숨겨 찾아 먹게 하는 노즈워크 장난감을 활용해 사냥 욕구를 채워주는 방법이 권장된다. 규칙적인 놀이 시간을 정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입에 넣을 수 있는 비닐봉지나 고무줄, 끈 같은 물건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치워두는 것이 우선이다. 이물질을 삼킨 것이 확인되거나 위에서 언급한 증상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동물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