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다 갑자기 고열이 나고 병원 검사에서 간수치까지 오르면 흔히 몸살감기나 급성 간염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고양이나 개, 혹은 가축과 접촉한 적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수공통감염병인 큐열도 감별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쯔쯔가무시증이나 라임병처럼 매개체에 물려 생기는 질환과 달리 큐열은 동물의 분비물이나 먼지를 통해서도 옮을 수 있어 감염 경로를 짐작하기 어렵다.
큐열은 코시엘라 부르네티균이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소와 양, 염소 같은 가축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개도 감염원이 될 수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균은 감염된 동물의 소변, 대변, 젖, 특히 출산이나 유산 시 나오는 태반과 양수에 많이 섞여 있어 접촉이나 흡입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사람은 감염된 동물을 직접 만지지 않아도 균이 섞인 먼지나 에어로졸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반려동물이 출산하거나 사산한 뒤 뒤처리를 하면서 맨손으로 분비물을 만졌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공간에서 동물과 오래 생활한 경우 노출 위험이 커진다. 농장이나 축사를 방문한 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반려동물뿐 아니라 가축과의 접촉 이력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큐열에 감염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운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과 심한 두통, 근육통, 오한이 동반된 급성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마른기침이나 호흡기 증상을 보이며 드물게 폐렴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혈액검사를 해보면 간 수치인 AST, ALT가 함께 오르는 급성 간염 소견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 몸살이나 장염으로 오인하고 넘어가기 쉽다.

간수치 이상 소견이 확인된 혈액검사 결과 [그림=메디닉스DB]
더 주의해야 할 부분은 급성기를 지나 만성 큐열로 넘어가는 경우다. 심장 판막에 이상이 있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임신부는 균이 심장 내막에 자리를 잡아 심내막염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화되면 치료 기간이 몇 달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늘어날 수 있어 초기에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큐열이 발열, 근육통, 간수치 상승 같은 비특이적 증상으로 나타나 일반 혈액검사만으로는 다른 열성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확진을 위해서는 혈액에서 코시엘라 부르네티에 대한 항체나 유전자를 확인하는 특수 검사가 필요하며, 의료진에게 최근 반려동물이나 가축과의 접촉 이력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정확한 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 자체는 비교적 명확하다. 독시사이클린 계열 항생제를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면 대부분 빠르게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기에 진단받을수록 만성화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다만 진단이 늦어질 경우 항생제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간 기능 회복에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초기 의심이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반려묘 출산 전후에는 위생 관리가 특히 중요 [그림=메디닉스DB]
특히 고양이는 평소 건강해 보이다가도 출산이나 유산 전후로 균을 많이 배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길고양이를 구조하거나 출산을 앞둔 반려묘를 돌보는 과정에서 태반, 양수, 분비물을 맨손으로 처리하면 노출 위험이 커진다. 개 역시 감염원이 될 수 있는 만큼 반려동물의 출산 전후 돌봄에는 평소보다 더 세심한 위생 관리가 요구된다.
축산업 종사자나 동물병원 관계자, 동물 구조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노출 위험이 높은 직군으로 분류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가축 분만을 돕거나 축사를 청소할 때 장갑과 마스크 같은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작업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축사나 동물시설을 자주 오가는 사람이라면 이런 기본 수칙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동물의 출산이나 유산 흔적을 치울 때 맨손 접촉을 피하고 장갑을 착용한 뒤 해당 부위를 소독하는 것이 좋다. 동물을 만진 뒤에는 비누로 손을 씻는 습관을 들이고, 사육 공간은 자주 환기해 먼지나 에어로졸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가축이나 반려동물과 접촉한 뒤 일주일 안팎으로 고열이 이어지면서 혈액검사에서 간수치 이상이 함께 확인된다면 큐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료진에게 접촉 이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