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를 쓰다듬다가 머리를 가까이 댔을 때 귀에서 시큼하거나 쿰쿰한 냄새가 난다면 단순히 씻기지 않아서가 아닐 수 있다. 이런 냄새는 귀 안에 서식하는 곰팡이균인 말라세치아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생기는 외이염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말라세치아는 원래 건강한 동물의 피부와 귀에도 소량 존재하는 상재균이다.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특정 조건이 맞춰지면 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염증과 냄새, 가려움증을 유발하게 된다.
고양이 보호자 입장에서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세균성 외이염과 곰팡이성 외이염의 증상이 겉보기에 비슷하다는 점이다. 둘 다 귀에서 분비물이 나오고 냄새가 나며 고양이가 귀를 자주 긁거나 머리를 흔드는 행동을 보인다.
다만 말라세치아 외이염의 경우 귀지가 갈색이나 검은색을 띠며 다소 끈적한 질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냄새가 유독 시큼하거나 효모 특유의 냄새로 느껴진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이는 참고 수준일 뿐 겉모습만으로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귀지 색과 냄새만으로는 정확한 구분이 어렵다 [그림=메디닉스DB]
말라세치아가 과증식하는 원인으로는 높은 습도와 더운 날씨, 귀 안에 축적된 귀지와 이물질,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호르몬 불균형,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 등이 꼽힌다. 특히 귀가 접혀 있거나 털이 많아 통풍이 잘 되지 않는 품종은 상대적으로 발생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아토피나 식이 알레르기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고양이는 피부 장벽이 약해져 있어 말라세치아가 쉽게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 때문에 외이염이 반복적으로 재발한다면 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알레르기 질환을 함께 의심해 봐야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병원에서 귀지를 채취해 현미경 검사를 거쳐 곰팡이균 과증식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균성 감염과 혼동해 잘못된 약을 사용하면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 후에는 처방에 따른 치료를 끝까지 지켜야 [그림=메디닉스DB]
진단 이후에는 항진균 성분이 포함된 세정제나 연고를 사용해 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가 이뤄진다. 다만 증상이 사라졌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하기 쉬워 수의사가 안내하는 치료 기간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방치된 말라세치아 외이염은 만성 염증으로 진행되면서 귀 안쪽 피부가 두꺼워지는 증상을 동반할 수 있고, 심한 경우 고막 손상이나 중이염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재발도 잦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가정에서는 평소 고양이 귀 안쪽을 수시로 살펴보고 냄새나 분비물의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귀 청소는 전용 세정액을 사용해 너무 깊지 않게 닦아내는 정도로 하고, 면봉으로 안쪽까지 무리하게 닦는 행동은 피부에 상처를 내거나 균을 더 깊이 밀어넣을 수 있어 삼가야 한다.
고양이가 머리를 자주 흔들거나 한쪽으로 기울이고, 귀를 심하게 긁어 상처가 생기거나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는 등의 변화가 보인다면 즉시 동물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만성화를 막고 회복 기간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