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다음 날 산책에 나선 반려견이 길가에 고인 빗물을 핥거나 마시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런 물웅덩이에는 쥐 등 설치류의 소변이 섞여 있을 수 있어, 며칠 뒤 반려견이 식욕을 잃고 축 늘어진다면 렙토스피라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질환은 치료가 늦어지면 간과 신장에 심각한 손상을 남길 수 있는 세균성 감염병이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이라는 나선형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 세균은 감염된 쥐나 들짐승의 소변을 통해 배출되며, 토양이나 물속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특히 장마나 국지성 비가 지나간 뒤 생긴 물웅덩이, 하천 주변 습한 땅은 세균이 머물기 좋은 환경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렙토스피라균은 피부의 작은 상처나 눈, 코, 입 등 점막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반려견이 고인 물을 핥거나 마시는 습관, 젖은 땅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행동은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발바닥에 작은 상처가 있는 경우에도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 초기에는 눈에 띄는 증상이 거의 없어 보호자가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통 1주일 안팎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 식욕부진, 구토, 무기력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오인해 방치하기 쉽다.

간과 신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렙토스피라증 /사진=AI 생성 이미지
병이 진행되면 간이나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쳐 황달로 피부와 눈 흰자가 노랗게 변하거나,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반대로 급격히 늘어나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심한 경우 급성 신부전이나 간부전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초기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렙토스피라증은 동물에서 사람으로도 전파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점에서 더 신경 써야 한다. 감염된 반려견의 소변이나 침에 노출된 손으로 눈이나 입을 만지거나, 상처 난 피부가 닿으면 보호자에게도 균이 옮을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나 면역력이 약한 가족이 있는 집에서는 접촉 후 손 씻기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좋다.
반려견에게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동물병원에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간·신장 수치와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렙토스피라증은 항생제 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장기 손상이 남을 위험이 커지므로 의심되는 즉시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액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예방을 위한 백신도 활용할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수의학계는 렙토스피라증 백신을 반려견 정기 접종 항목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산책을 자주 하거나 물가, 농촌 지역을 드나드는 반려견이라면 매년 접종 여부를 수의사와 상담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산책길에서는 비가 온 뒤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 하천 주변 습지에 반려견이 코나 입을 대지 못하도록 줄을 짧게 잡고 통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산책 중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시지 못하게 물그릇에 담긴 물을 따로 챙겨 다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발바닥과 입 주변을 물이나 반려동물용 세정제로 씻어주고, 보호자 역시 반려견을 만진 손을 비누로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반려견이 발열, 식욕부진, 구토, 노란 피부·눈을 보이거나 평소보다 기운 없이 늘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