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 고양이가 평소 좋아하던 사료를 반복해서 남기고,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구토를 되풀이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7세 이상 고양이에서 이런 변화가 2주 이상 이어진다면 만성신부전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물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성신부전은 신장의 여과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으로, 노령묘에게서 특히 자주 발견되는 대표적인 질병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신장은 한 번 손상된 조직이 다시 회복되기 어려운 장기여서, 증상이 뚜렷해지기 전에 발견하는 것이 관리의 핵심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식욕이 조금씩 줄고 사료를 가지고 노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입에 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공복과 무관하게 거품을 동반한 구토가 잦아진다면, 체내에 쌓인 노폐물이 소화기를 자극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욕부진과 구토 외에도 평소보다 물을 훨씬 많이 마시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며 소변량이 늘어나는 모습도 눈에 띄는 변화다. 신장이 소변을 농축하는 기능을 점점 잃어가면서 몸은 수분을 더 많이 배출하게 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물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설명된다.

다음다뇨는 신부전의 대표 신호 [그림=메디닉스DB]
체중이 서서히 줄고 털에 윤기가 사라지며 거칠어지는 것도 흔한 변화 중 하나다. 입에서 암모니아와 비슷한 독특한 냄새가 나거나 구내염처럼 입안이 헐어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혈중에 쌓인 질소성 노폐물이 구강 점막을 자극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신부전의 원인은 한 가지로 단정하기 어렵고 여러 요인이 겹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에 따라 신장 내 여과 단위인 네프론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이 기본 바탕이 되며, 여기에 만성적인 탈수, 치주질환, 고혈압, 선천적인 신장 구조 이상 등이 더해지면 기능 저하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함께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혈중 요소질소(BUN)와 크레아티닌, 최근에는 신장 손상을 더 민감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알려진 SDMA 수치를 함께 확인하고, 소변의 농축 정도를 보는 요비중 검사를 병행하면 신장 기능이 얼마나 저하됐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신장 손상이 진행되면 기능 회복 어려워 [그림=메디닉스DB]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계 분류 체계를 활용하면 신장 기능 저하 정도를 단계별로 나눠 평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초기 단계에서 발견할수록 식이 조절과 약물 관리로 진행 속도를 늦출 여지가 커진다. 반면 증상이 뚜렷해진 뒤 발견하면 이미 신장 기능의 상당 부분이 손실된 상태일 수 있어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된다.
진단 이후에는 인산을 제한하고 양질의 단백질을 적정량 공급하는 신장 관리용 처방식으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 기본적인 관리 방법으로 꼽힌다. 필요에 따라 피하수액을 통한 수분 공급, 혈압을 낮추는 약물, 혈중 인 수치를 조절하는 보조제 등을 병행하며 정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추적 관찰하게 된다.
완치가 어려운 질환인 만큼 평소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7세를 넘긴 고양이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 이상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권장되며, 집 안 여러 곳에 깨끗한 물그릇을 놓아두고 습식사료 비중을 늘려 수분 섭취를 돕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욕 저하나 구토, 음수량 변화가 보이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