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중성화 수술을 받은 뒤 전보다 쉽게 살이 찌는 모습을 보며 당황하는 보호자가 많다. 사료량은 그대로인데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가 흔히 보고되며, 이는 수술 자체의 부작용이 아니라 호르몬 변화에 따른 대사 조절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중성화 수술은 난소나 고환을 제거해 생식 능력을 없애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 분비가 크게 줄어든다. 이 호르몬들은 생식 기능뿐 아니라 식욕과 활동량, 지방 축적을 조절하는 데도 관여하기 때문에 수술 후 몸 전체의 대사 균형이 바뀌게 된다.
여러 연구에서 중성화 이후 반려동물의 기초대사량이 수술 전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같은 양의 사료를 먹어도 몸이 소모하는 열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남는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축적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성호르몬 감소는 뇌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신호 전달에도 영향을 준다. 수술 전보다 식욕이 늘어나거나 간식을 더 찾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평소 습관대로 먹을 것을 주면 자연스럽게 섭취 열량이 늘어난다.

수술 후에는 사료량 조절이 중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호르몬 변화로 인한 활동성 저하도 체중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암컷의 경우 발열기와 관련된 들뜬 행동이나 영역 다툼 같은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면서 전체 활동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경향이 보고된다.
수술을 받는 나이나 품종에 따라서도 체중 증가 폭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릴 때 중성화한 경우 성장기 대사와 겹쳐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수술 시기는 담당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많은 보호자가 수술 직후 사료량이나 식단 구성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사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기존과 동일한 열량을 섭취하면 체중 증가는 거의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한동물병원협회 등 관련 단체는 중성화 수술 후에는 사료 섭취량을 평소보다 10~20% 줄이거나 저열량 사료로 교체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다만 정확한 조절 비율은 반려동물의 체중, 활동량,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수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꾸준한 놀이와 운동이 체중 관리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전문가들은 수술 후 한두 달 간격으로 체중과 체형을 점검하라고 권한다. 갈비뼈가 손으로 잘 만져지는지, 위에서 봤을 때 허리 라인이 살아 있는지 확인하는 체형 평가 방법을 꾸준히 활용하면 급격한 체중 변화를 조기에 알아챌 수 있다.
식단 조절과 함께 규칙적인 산책이나 놀이 시간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양이의 경우 사냥 놀이나 장난감을 활용한 실내 활동을 늘려 소모 열량을 보완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중성화 수술은 반려동물의 건강과 수명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체중 증가를 이유로 수술을 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수술 후에는 사료량 조절과 체형 점검을 생활화하고, 단기간에 체중이 눈에 띄게 늘거나 줄어든다면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