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갑자기 39도 안팎의 고열과 목 통증을 호소하고, 몇 시간 뒤 가슴과 겨드랑이부터 붉은 좁쌀 같은 발진이 번지기 시작했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덜컥 겁부터 날 수밖에 없다. 혀가 딸기처럼 붉고 오돌토돌하게 변하는 모습까지 보이면 단순 감기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럴 때 많이 거론되는 질환이 바로 성홍열이다.
성홍열의 원인은 명확하다. A군 연쇄상구균이라는 세균이 몸속에 들어와 증식하면서 내뿜는 발열 독소, 즉 발적 독소가 전신에 붉은 발진을 일으키는 것이 핵심 기전이다. 이 세균 자체는 인두염이나 편도염을 일으키는 균과 같은 종류지만, 특정 독소를 만들어내는 균주에 감염됐을 때만 성홍열 특유의 발진과 딸기혀 증상이 나타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세균은 감염된 사람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나온 비말로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환자와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거나 식사도구, 컵 등을 함께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균이 옮겨갈 수 있어 가족 간, 또래 친구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난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처럼 여러 아이가 한 공간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환경에서는 한 명이 감염되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명에게 번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성홍열은 주로 5세에서 15세 사이 소아·청소년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환절기와 겨울철에 유행이 잦아지는 경향이 있다.

집단생활 공간에서는 전파 속도가 빨라진다 [그림=메디닉스DB]
전형적인 증상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 심한 목 통증으로 시작된다. 이후 하루이틀 사이 가슴과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주변부터 사포처럼 까끌까끌한 느낌의 붉은 발진이 번져 나가고, 입 주위는 상대적으로 창백하게 남는 경우가 많아 얼굴 전체가 붉어지는 다른 발진성 질환과 구분되는 특징으로 꼽힌다.
혀 표면이 하얗게 코팅됐다가 며칠 뒤 돌기가 두드러지며 붉게 변하는 이른바 딸기혀 증상도 성홍열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신호다. 발진이 사라진 뒤에는 손바닥과 발바닥을 중심으로 피부가 얇게 벗겨지는 탈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성홍열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되는 경과다.
문제는 적절한 항생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세균이 몸속에 머무르며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중이염이나 부비동염 같은 비교적 가벼운 합병증뿐 아니라, 드물게는 급성 사구체신염이나 류마티스열처럼 신장이나 심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강조된다.

증상이 의심되면 빠른 진료가 중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진단은 인후 부위를 면봉으로 채취해 신속항원검사나 세균 배양검사를 통해 연쇄상구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발진 양상과 발열, 인후통 등 임상 증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심할 수 있지만, 확진과 치료 방향 결정을 위해서는 검사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치료는 세균 감염인 만큼 항생제 복용이 중심이 된다. 의료진이 처방한 항생제를 정해진 기간 동안 빠짐없이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재발하거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손씻기와 기침 예절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사 전후, 외출 후에는 비누로 손을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옷소매나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환자가 사용한 수건이나 식기류는 따로 분리해 세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홍열로 진단받은 아이는 항생제 복용을 시작한 뒤 하루 이상 지나 전염력이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등원이나 등교를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자녀가 고열과 함께 갑작스러운 발진, 목 통증, 딸기혀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자가 판단으로 넘기지 말고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