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증상 없이 정상 체중을 유지해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체중계 숫자만 보고 안심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겉보기 체형과 실제 체지방률이 다른 이른바 마른비만형 체질에서 이 같은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지나치게 높거나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상태를 말한다. 흔히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에게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인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률이 높은 마른비만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위험을 놓치기 쉽다.
마른비만은 체중이나 체질량지수는 정상이지만 몸 안에 내장지방이 과도하게 쌓여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내장지방은 피부 아래 지방보다 대사에 더 활발히 관여해 간에서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합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겉모습이 마른 편이어도 혈중 지질 수치는 비만인 사람과 비슷하거나 더 나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근육량 부족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근육은 혈액 속 포도당과 지방산을 소비하는 주요 조직인데, 근육량이 적으면 에너지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남은 지방과 당이 혈액과 간에 쌓이기 쉽다. 운동 부족과 잦은 다이어트로 근육이 줄고 지방 비율이 늘어난 사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근육량 늘리는 운동이 지질 관리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처럼 체형과 무관하게 콜레스테롤 대사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경우 정상 체중이라도 LDL 콜레스테롤이 높게 유지될 수 있다. 관련 학회는 가족 중 심혈관질환이나 이상지질혈증 병력이 있다면 체형과 무관하게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문제는 이상지질혈증이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치가 상당히 올라가도 두통이나 피로감 외에는 특별한 신호가 없어 대부분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정상 체중이라는 이유로 검진을 소홀히 하면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때까지 방치될 위험이 커진다.
진단은 공복 상태에서 채혈해 총콜레스테롤, LDL, HDL,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하는 혈액검사로 이뤄진다. 체지방률이나 허리둘레도 함께 살펴보면 체중만으로 놓칠 수 있는 위험을 가려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성인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일정 주기로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지질 수치 확인 필요 [그림=메디닉스DB]
생활습관 개선은 체형과 관계없이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기본으로 꼽힌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많은 가공식품, 튀김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통곡물, 등푸른생선 등을 늘리는 식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마른비만형은 단순히 체중을 줄이기보다 근육량을 늘리는 방향의 식단 조절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운동 역시 체중 감량이 아니라 근육량 증가와 체지방률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운동에 가벼운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내장지방을 줄이고 대사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수면도 지질 수치 관리에 함께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체중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콜레스테롤 검사를 미루기보다는 최소 1~2년 주기로 혈액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복부에 살이 유독 잘 붙는 체질이라면 체지방률 측정까지 병행해 자신의 대사 건강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치가 기준을 벗어났다면 자가 판단으로 방치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받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