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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학술 리포트

옛 약에서 새 효능 찾는 AI, 치료제 개발 속도 높인다

신약 후보 발굴 기간 크게 줄일 수 있어 기대, 효과 검증은 여전히 임상시험 거쳐야

메디닉스 정유준기자|입력 |조회 0
AI세줄 요약
  • 인공지능이 기존 약물서 새 효능 발굴
  • 신약 개발보다 기간과 비용 절감 기대
  • 허가되지 않은 약은 임의로 복용 말아야

AI 기술로 자동 요약한 내용입니다.

제약 연구실에서 컴퓨터 화면의 분자 구조 데이터를 살펴보는 연구원의 모습
위 이미지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그림=메디닉스DB]

희귀질환이나 항암제 부작용으로 마땅한 치료제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최근 국내외 연구 현장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이미 시판 중인 기존 약물에서 새로운 치료 효과를 찾아내는 '약물 재창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약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대신 검증된 약을 다른 질환에 적용하는 방식이어서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약물 재창출이란 이미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돼 허가를 받은 약을 원래 적응증이 아닌 다른 질환 치료에 다시 활용하는 연구 방법을 말한다. 새로운 화합물을 처음부터 합성해 독성 시험부터 다시 거쳐야 하는 신약개발과 달리, 기존 약은 이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자료가 쌓여 있어 임상시험 단계에서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방대한 기존 약물 가운데 어떤 약이 어떤 질환에 새로운 효과를 낼지 찾아내는 작업이 사람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인공지능은 약물의 화학 구조, 단백질과 결합하는 방식, 유전자 발현 정보, 방대한 임상 데이터 등을 동시에 분석해 사람이 놓치기 쉬운 연관성을 찾아낸다.

연구자들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나 단백질의 작동 방식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뒤, 이미 존재하는 약물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비슷한 경로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약을 추려내는 방식을 활용한다. 이렇게 추려진 후보 약물은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거쳐 실제 효과가 있는지 다시 검증하는 절차를 밟는다.

약물과 단백질 연결망을 분석하는 컴퓨터 화면을 보는 연구원의 손

인공지능이 기존 약물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습 [그림=메디닉스DB]

이런 방식은 특히 환자 수가 적어 신약 개발 투자를 받기 어려운 희귀질환이나, 치료제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감염병, 항암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학계에서는 기존 신약개발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허가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반면, 약물 재창출은 이미 확보된 안전성 자료를 활용해 개발 기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이 인공지능 기반 약물 재창출 연구에 뛰어들고 있으며, 대한약학회를 비롯한 관련 학회에서도 관련 연구 성과가 꾸준히 발표되는 추세다. 제약업계 역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전략의 하나로 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제시한 결과가 곧바로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공지능 분석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좁혀주는 역할을 할 뿐이며, 실제 사람에게 효과와 안전성이 있는지는 반드시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 이후 임상시험을 거쳐 확인해야 한다.

기존에 허가받은 약이라 해도 새로운 질환에 쓰기 위해서는 별도의 임상시험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약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응증 확대 절차가 생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약국에서 약사가 환자에게 약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허가된 적응증 확인이 중요하다 [그림=메디닉스DB]

이 때문에 관련 소식을 접한 환자나 보호자가 '이미 나와 있는 약이니 당장 써도 되겠다'고 판단해 의사 처방 없이 약을 구해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허가되지 않은 적응증에 약을 사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오히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약물 재창출 연구가 신약개발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인공지능과 제약사, 의료기관, 규제 당국 간 협력이 뒷받침돼야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와 보호자는 관련 연구 소식을 접하더라도 아직 임상시험 단계이거나 허가되지 않은 약을 스스로 판단해 복용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치료법에 관심이 있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고, 진행 중인 임상시험 참여 여부 등 정식 절차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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