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개학철에 접어들며 자녀가 밤마다 항문 주위를 긁으며 잠을 설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증상을 보이면 요충 감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요충은 사람의 소장과 맹장, 대장에 기생하는 작은 기생충으로, 감염되면 항문 주변 가려움증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요충 증상이 밤에 유독 심해지는 이유는 암컷 요충의 생태와 관련이 있다. 낮 동안 장 속에 머물던 암컷 요충은 밤이 되면 항문 밖으로 나와 주변 피부에 알을 낳는데, 이 과정에서 극심한 가려움이 유발된다. 그 결과 아이는 잠자리에서 자주 뒤척이거나 항문을 긁으며 깨는 경우가 많다.
요충 감염은 특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여러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자주 발생한다. 요충 알은 매우 작고 가벼워 손, 장난감, 침구, 옷가지 등에 쉽게 옮겨붙기 때문에 한 명이 감염되면 같은 반 아이들이나 가족 구성원 전체로 번지기 쉽다.
감염 경로는 대부분 손을 통한 자가감염이다. 항문을 긁은 손으로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만지면 손톱 밑에 남은 알이 입으로 들어가 다시 감염이 반복된다. 알은 실내 먼지나 침구에서도 상당 기간 살아남을 수 있어 한 번의 치료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손을 통한 자가감염이 흔한 이유 [그림=메디닉스DB]
가려움 외에도 요충 감염이 심해지면 복통, 식욕 부진, 신경과민, 체중 감소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여자아이의 경우 요충이 질 쪽으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키는 사례도 보고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요충 감염 여부는 병원에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스카치테이프 검사로, 아침에 잠에서 깨어 배변이나 세척 전 항문 주위에 투명 테이프를 붙였다가 떼어내 현미경으로 알이나 충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밤사이 알이 가장 많이 배출되므로 아침 검사가 정확도를 높인다.
치료는 구충제 복용이 기본이다. 다만 요충 알이 체내에 남아 있다가 부화하는 경우가 있어 대개 처음 복용 후 2주 뒤 한 번 더 복용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감염자 혼자만 치료하면 재감염되기 쉬우므로 함께 생활하는 가족 전원이 동시에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 전체 동시 치료가 재감염을 막는 길 [그림=메디닉스DB]
질병관리청은 기생충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씻기와 개인위생 수칙 준수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특히 외출 후, 배변 후, 식사 전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고 손톱은 짧게 유지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가정에서는 침구와 속옷, 잠옷을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햇볕에 말리는 것이 좋다. 실내 바닥과 장난감도 자주 청소하고 소독하면 알의 생존 기간을 줄일 수 있다. 감염된 아이가 있다면 손톱 밑을 솔로 닦아내고 목욕 후 옷을 갈아입히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밤마다 항문 가려움을 호소하거나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상이 며칠 이상 이어진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치료 후에도 가려움이 반복되거나 가족 중 여러 명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재검사와 함께 생활환경 전반의 위생 관리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