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을 다녀온 반려견이 평소와 달리 기운 없이 축 늘어지고 밥그릇 앞에서도 고개를 돌린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열이 오르면서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진드기에 물려 생기는 매개성 감염병, 이른바 진드기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가을은 기온이 서서히 떨어지기 전까지 진드기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는 시기로 산책길 풀숲이나 낙엽 더미에서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진드기는 보통 여름철에 가장 활발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기온이 선선해지는 가을에도 낮 동안 기온이 오르면 풀숲과 산책로 주변에서 다시 활동량이 늘어난다. 특히 긴 풀이 자란 공원이나 야산, 수풀이 우거진 산책로는 진드기가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동물의 몸에 옮아 붙기 쉬운 장소로 꼽힌다. 보호자들이 여름이 끝났다는 생각에 예방을 소홀히 하는 시기와 겹쳐 오히려 감염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진드기에 물려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아나플라즈마증과 에를리키아증, 바베시아증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진드기가 반려견의 피를 빨아먹는 과정에서 체내로 세균이나 원충을 옮기면서 발생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진드기 매개 질환은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전파될 수 있어 야외 활동이 많은 가을철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아나플라즈마증에 감염된 반려견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식욕 저하, 무기력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관절이 붓고 아파하면서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이거나 걷기를 꺼리는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림프절이 부어오르거나 코피, 잇몸 출혈처럼 평소와 다른 출혈 증상이 동반되면 혈소판 수치 저하를 의심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산책 후 몸 구석구석 진드기 확인 필수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러한 증상은 감기나 단순 소화불량과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초기에 알아채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이 산책 후 며칠간 기운이 없는 모습을 단순히 지쳐서 그런 것으로 여기고 지나치다가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발열과 식욕부진이 사흘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진드기 매개 질환은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 검사가 필요하며, 병원에서는 혈구 수치와 항체 검사 등을 통해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증상만으로는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려견이 최근 야외 활동을 많이 했는지,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한 적이 있는지 보호자가 병원에 정확히 알리는 것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치료는 보통 항생제를 일정 기간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회복이 빠르고 예후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관절염이나 신장 손상 등 만성적인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이 의심되는 시점에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진드기 매개 질환은 반려견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반려견 몸에 붙은 진드기를 보호자가 맨손으로 무리하게 떼어내다가 진드기의 체액이 피부에 닿으면 사람도 감염될 위험이 있으므로, 진드기를 발견하면 장갑을 끼고 전용 제거 도구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떼어내야 한다.

진드기 물림이 감염으로 이어지는 과정 /사진=AI 생성 이미지
예방을 위해서는 산책 전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은 진드기 기피제나 예방약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풀이 무성한 수풀이나 낙엽이 쌓인 구역, 야산 근처 산책로는 가능하면 피하고, 목줄을 짧게 유지해 반려견이 수풀 깊숙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산책을 마친 뒤에는 반려견의 귀 주변, 목덜미, 다리 사이, 꼬리 밑처럼 진드기가 잘 숨어드는 부위를 손으로 꼼꼼히 쓸어보며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만약 진드기가 이미 피부에 박혀 있다면 억지로 눌러 터뜨리거나 불로 지지는 방법은 오히려 체액이 역류해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산책 후 하루 이상 반려견이 평소보다 기운 없이 늘어지거나 밥을 먹지 않고 열이 오르는 증상이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몸에서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언제 어디서 산책했는지와 함께 병원에 알리고, 평소에도 예방약 사용과 산책 후 몸 점검을 생활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