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가 화장실에 들어가 끙끙대거나 평소보다 자주 들어가는데도 소변량이 적다면 보호자들은 흔히 요로결석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수의학계에서는 고양이 하부요로질환의 상당수가 결석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방광염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응급 상황인 요도 폐색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고양이 하부요로질환은 방광과 요도에서 나타나는 여러 질환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결석, 세균성 방광염, 종양, 선천적 기형 등이 포함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확인되는 형태는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특발성 방광염이다. 이를 흔히 스트레스성 방광염이라고 부른다.
특발성 방광염은 방광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세균 감염이나 결석 없이도 통증과 배뇨 이상을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대한수의사회 등 전문가들은 젊은 성묘에서 나타나는 하부요로질환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비감염성 염증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증상은 요로결석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면서도 소변량이 적고, 배뇨 시 울음소리를 내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평소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소변을 보는 행동도 통증을 피하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배뇨 이상 보이면 통증 신호일 수 있어 /사진=AI 생성 이미지
방광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 환경 변화가 꼽힌다. 이사, 새로운 가족 구성원, 다른 반려동물 입양, 화장실 위치 변경 등이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다묘 가정에서는 영역 다툼이나 화장실 경쟁이 방광 증상을 반복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요로결석은 영상 검사로 확인되는 반면 특발성 방광염은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혼동하기 쉽다. 증상만 보고 자가 판단해 결석 예방 사료로만 관리하면 근본 원인인 스트레스는 그대로 남아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
더 주의해야 할 점은 수컷 고양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요도 폐색이다. 수컷은 요도가 가늘고 길어 염증으로 생긴 물질이나 결정이 요도를 막으면 소변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방광염과 별개가 아니라 같은 하부요로질환의 연장선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요도가 완전히 막히면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해 신장 기능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화장실에 자주 들어가지만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고, 배를 만지면 단단하게 부풀어 있거나 구토, 기력 저하가 동반된다면 몇 시간 안에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응급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요도 폐색은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진=AI 생성 이미지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소변검사와 초음파, 영상 검사를 통해 결석과 염증, 폐색 여부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지므로 자가 진단보다는 수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관리로는 충분한 수분 섭취를 유도하고,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고양이 마릿수보다 화장실 개수를 하나 더 두는 방법이 권장된다. 숨을 수 있는 공간과 안정적인 생활 루틴을 마련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도 방광염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횟수가 늘었는데 소변량이 줄거나, 하루 이상 소변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면 지체 없이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수컷 고양이가 배를 만졌을 때 단단하고 아파하는 반응을 보인다면 요도 폐색을 의심하고 즉시 응급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