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갑자기 짖기 시작하거나, 자던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하루 종일 돌던 집을 못 찾겠다는 듯 맴도는 노령견을 보면 보호자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단순한 노화나 변덕으로 넘기기 쉽지만, 이런 변화가 반복된다면 반려견의 뇌 기능이 떨어지는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사람의 치매와 유사하게 나이가 들면서 뇌 조직에 변성이 생기고 신경전달이 느려지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대한수의사회 등 전문가 단체에 따르면 노령견의 뇌에서도 사람 알츠하이머병과 비슷한 단백질 축적이 관찰되며, 이로 인해 기억력과 공간 인지 능력이 서서히 저하된다.
이 질환은 보통 11세 이상 노령견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노령견이 겪는 것은 아니지만, 소형견과 대형견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어 나이가 들수록 행동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공간 지각 능력의 저하다. 늘 다니던 집안에서 길을 잃은 듯 벽이나 가구 모서리에 코를 박고 서 있거나, 문이 열려 있는데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행동을 보인다. 산책길에서도 익숙한 경로를 헷갈리는 경우가 늘어난다.

벽 모서리에서 길을 잃은 듯 멈춰서는 노령견 /사진=AI 생성 이미지
수면 패턴의 역전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낮에는 깊이 자다가 밤이 되면 갑자기 일어나 집안을 돌아다니거나, 특별한 자극이 없는데도 허공이나 벽을 향해 짖는 행동이 반복된다. 이런 야간 활동은 보호자의 수면까지 방해해 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가족을 알아보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보호자에게 매달리는 등 사람과의 교감 방식이 달라지는 것도 흔한 변화다. 배변 훈련이 잘 되어 있던 개가 갑자기 실내에서 실수를 반복하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느려지는 모습도 관찰된다.
다만 이런 증상은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시력이나 청력 저하, 갑상선 기능 저하, 신장 질환, 드물게는 뇌종양 같은 다른 질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어 섣불리 치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행동 변화가 관찰되면 먼저 수의사의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질환과 구별하려면 수의사 진료가 필수 /사진=AI 생성 이미지
진단 과정에서는 보호자가 작성하는 행동 변화 설문과 신체·신경학적 검사, 혈액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 다른 질환이 의심되면 영상 검사를 추가로 진행해 통증이나 장기 이상 등 숨어 있는 원인을 함께 확인하게 된다.
관리의 핵심은 생활 환경을 단순하고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가구 배치를 자주 바꾸지 않고, 야간에는 은은한 조명을 켜 어둠 속에서 길을 잃는 상황을 줄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뇌 자극을 주는 놀이와 규칙적인 산책, 항산화 성분이 포함된 사료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일부러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라 인지 능력이 떨어진 상태라는 점을 이해하고 야단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그치기보다 익숙한 공간으로 조용히 데려가 안정감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령견이 평소와 달리 밤에 자주 짖거나 집안에서 길을 잃는 모습을 보이고, 배변 실수가 늘거나 가족을 못 알아보는 듯한 행동이 반복된다면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약물 치료와 환경 관리로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