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몇 달째 이어가고 있는데도 체중계 숫자가 꿈쩍하지 않아 지쳤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몸무게는 그대로여도 바지가 헐렁해지고 배가 들어갔다면 몸속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이미 일어난 것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체중 숫자 하나로 다이어트 성과를 판단하기보다 허리둘레를 함께 재는 것이 내장지방 변화를 더 정확히 보여준다고 말한다.
체중계가 가리키는 숫자에는 지방뿐 아니라 근육, 뼈, 수분, 장 속 음식물까지 모두 포함된다. 같은 몸무게라도 근육량이 많은 사람과 체지방이 많은 사람의 건강 상태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식사를 줄이는 방식으로만 체중을 뺀 경우 지방과 함께 근육도 함께 빠져나가 겉보기 숫자는 줄었지만 건강에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장지방은 피부 바로 아래 쌓이는 피하지방과 달리 간, 위, 장 등 복부 장기 사이사이에 자리 잡는 지방을 가리킨다. 피하지방은 손으로 잡히지만 내장지방은 복부 안쪽에 숨어 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마른 체형이라도 내장지방이 많을 수 있다. 내장지방은 여러 호르몬과 염증 물질을 분비해 대사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대한비만학회 등 관련 학회는 복부비만을 진단하는 기준으로 허리둘레를 활용하고 있다. 통상 남성은 허리둘레 90센티미터 이상, 여성은 85센티미터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분류되며 이는 내장지방이 상대적으로 많이 쌓여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이어도 허리둘레가 기준을 넘으면 대사 관련 위험도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내장지방은 복부 장기 사이사이에 쌓인다 [그림=메디닉스DB]
허리둘레는 정확하게 재야 의미가 있다. 똑바로 선 상태에서 양발을 모으고 숨을 가볍게 내쉰 뒤 배꼽 위치, 혹은 갈비뼈 아래쪽 끝과 골반 위쪽 끝의 중간 지점을 줄자로 둘러 측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음식을 먹은 직후나 배에 힘을 준 상태에서 측정하면 값이 달라질 수 있어 아침 공복 상태에서 재는 것이 비교적 일관된 결과를 준다.
체중은 정상 범위인데 허리둘레만 기준치를 넘는 경우를 흔히 마른 비만이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살이 많지 않아 보여도 복부 안쪽에 내장지방이 쌓여 있는 상태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지방간 같은 대사질환 위험이 체중만으로 평가했을 때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질병관리청도 체중보다 복부 비만 여부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내장지방이 많이 쌓이면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 기능에 부담을 주고 혈관 속 염증 반응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등 여러 대사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같은 체중이라도 허리둘레가 늘어난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함께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허리둘레 증가는 대사질환 위험과 연관있다 [그림=메디닉스DB]
반대로 체중계 숫자는 크게 줄지 않았는데 허리둘레가 줄었다면 몸 안에서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특히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어나 체중 변화는 적어도 허리둘레와 체형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숫자만 보고 다이어트가 실패했다고 판단하면 오히려 의미 있는 노력을 중단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이어트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체중계 숫자 하나에만 의존하지 말고 허리둘레, 옷이 맞는 정도, 체성분 변화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건소나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체성분 검사는 체지방량과 근육량을 구분해 보여주기 때문에 내장지방 변화를 가늠하는 데 체중계보다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일상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아침 공복 상태로 같은 시간, 같은 조건에서 허리둘레를 측정해 기록해두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짧은 기간 안에 허리둘레가 눈에 띄게 늘었거나 복부비만 기준을 넘으면서 피로감, 갈증, 혈압 상승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체중과 상관없이 병원을 찾아 대사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