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커지는 가을철 갑작스러운 발열과 오한, 근육통이 나타나면 감기나 몸살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최근 등산이나 농작업, 벌초 등 야외활동을 한 뒤 고열이 발생하고 피부에 검은 딱지까지 발견됐다면 쯔쯔가무시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가을은 감염을 매개하는 털진드기 유충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을 보유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급성 발열성 감염병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가을철에 환자가 집중되며, 풀숲이나 농경지처럼 털진드기가 서식하기 쉬운 환경에서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뒤 일정한 잠복기를 거쳐 발열과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는 피부에 생기는 검은 딱지다. 의학적으로 가피라고 부르는 이 병변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린 자리에 형성된다. 처음에는 작은 붉은 반점이나 상처처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가운데가 검게 변할 수 있다. 주변 피부가 붉어지기도 하며 통증이나 가려움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피는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배꼽 주변, 무릎 뒤쪽 등 피부가 접히거나 습한 부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에 생길 수 있어 야외활동 후 발열이 나타났다면 몸 전체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가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검은 딱지가 없다고 감염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초기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와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심한 두통과 전신 근육통이 나타나고, 몸통과 팔다리에 붉은 발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기침이나 구토, 복통 등을 경험한다. 특히 적절한 치료가 늦어지면 폐렴과 신장 기능 저하, 뇌수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쯔쯔가무시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몸살로 생각해 해열제만 복용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야외활동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이 지속되거나 가피가 발견됐다면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농작업이나 등산을 할 때는 긴소매 옷과 긴바지를 착용하고 풀밭에 직접 앉거나 눕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야외활동을 마친 뒤에는 옷을 세탁하고 샤워하면서 피부에 물린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가을철 발열을 무조건 감기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풀숲에 다녀온 경험이 있고 검은 딱지와 고열이 함께 나타났다면 쯔쯔가무시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작은 피부 병변 하나가 감염병을 발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