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로 접어들며 낮이 눈에 띄게 짧아지자 아침에 유난히 몸이 무겁고 오후만 되면 이유 없이 처지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일조량 감소로 인한 계절성 우울감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증상이 가볍다면 생활습관 조정만으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계절성우울감은 특정 질환명이 아니라 계절 변화, 특히 가을과 겨울철 일조시간 감소와 맞물려 나타나는 기분 저하와 무기력 증상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관련 학회는 일조량 변화가 생체리듬과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빛은 눈의 망막을 통해 뇌의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다. 해가 짧아져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면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 시점이 흐트러지고, 기분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도 함께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처지는 느낌이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평소보다 잠이 늘어나는데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이 유독 당기는 식욕 변화, 집중력 저하, 만사가 귀찮아지는 무기력감 등이 꼽힌다. 일부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유난히 힘들어지고 사람 만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워지기도 한다.

낮 시간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림=메디닉스DB]
하루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직장인이나 일조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지역에 사는 사람, 평소 빛에 민감한 편인 사람일수록 이런 변화를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정도는 개인차가 커서 누구나 똑같이 겪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챙길 것은 아침 햇빛이다. 기상 후 30분 안에 커튼을 열거나 짧게라도 밖으로 나가 햇빛을 쬐면 생체시계를 다시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흐린 날에도 실외 빛은 실내조명보다 밝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바깥 공기를 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낮 시간에도 되도록 창가 자리에서 일하거나 실내조명을 평소보다 밝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대로 해가 진 뒤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강한 빛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줄여 수면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신체활동도 기분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하루 30분 정도 걷기나 가벼운 운동을 습관화하면 체내 리듬을 안정시키고 무기력감을 줄이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특히 낮 시간대 야외 운동은 빛 노출과 활동량을 동시에 채울 수 있어 더 효과적이다.

규칙적인 야외 운동이 기분 관리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수면 시간을 매일 비슷하게 유지하고 늦은 밤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생체리듬이 계절 변화에 더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식생활에서는 비타민D가 들어 있는 생선이나 달걀노른자, 버섯류 등을 챙겨 먹는 것이 권장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조량이 줄어드는 시기 비타민D 부족이 흔해질 수 있어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생활습관을 조정해도 무기력감이나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이어지고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단순한 계절 변화로 넘기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 조기에 상태를 점검하면 더 큰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