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멀쩡히 뛰어놀던 아이가 갑자기 38도 후반에서 40도에 가까운 고열을 내고 다리와 팔이 아프다며 주저앉는다면 단순 감기가 아니라 독감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어린이 독감은 콧물이나 기침으로 서서히 시작되는 일반 감기와 달리 발열과 근육통, 전신 무력감이 하루 이틀 사이에 급격히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증상은 고열이다. 해열제를 먹여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열이 사흘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유난히 보채고 안아달라고만 하거나 평소보다 축 처져 보이는 것도 독감의 전형적인 신호로 알려져 있다.
근육통과 관절통도 특징적이다. 다리가 아프다며 걷기를 거부하거나 안아달라고 하는 영유아, 몸이 쑤신다고 표현하는 초등학생 아이의 호소는 단순한 꾀병이 아닐 수 있다. 성인보다 통증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이는 짜증과 울음, 식욕 저하로 불편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흔하다.
두통과 오한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몸을 떨며 춥다고 하는 증상이 고열과 겹쳐 나타나면 독감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침과 콧물, 인후통 같은 호흡기 증상은 발열 이후 뒤따라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초반에는 감기와 혼동하기 쉽다.
영유아의 경우 설사나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이 함께 동반되는 경우도 있어 장염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점도 보호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발열과 전신 증상이 갑작스럽게 겹쳐 나타나는 패턴 자체를 독감 의심의 핵심 기준으로 보고 있다.
증상이 나타난 지 48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항바이러스제는 발병 초기에 투여할 때 증상 완화와 회복 기간 단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늦어도 이틀 안에는 진료를 받아 투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 48시간 안에 검사와 치료 여부 결정이 중요 /사진=AI 생성 이미지
병원에서는 신속항원검사나 유전자증폭검사를 통해 독감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증상 양상과 유행 시기를 고려해 의료진이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이의 증상이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이 기본이다. 고열로 땀을 많이 흘리거나 식욕이 떨어지면 탈수로 이어질 수 있어 물이나 이온음료를 조금씩 자주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해열제는 체중에 맞춰 정해진 용량과 간격을 지켜 투여해야 하며 임의로 양을 늘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숨쉬기가 힘들어 보이거나 가슴이 함몰되듯 빠르게 숨을 쉬는 경우, 입술이나 피부색이 푸르게 변하는 경우,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탈수 징후, 의식이 흐려지거나 깨워도 반응이 둔한 경우가 대표적인 경고 신호다.
학교나 어린이집 등 단체생활을 하는 아이라면 열이 완전히 떨어진 뒤 하루 정도 더 지나서 복귀하는 것이 전파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손 씻기와 기침 예절 교육, 사용한 물컵과 수건 구분 같은 생활 수칙도 가정 내 추가 감염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평소와 다른 아이의 행동 변화를 민감하게 살피는 것이 조기 대응의 첫걸음이다. 고열과 함께 평소와 다르게 축 늘어지거나 보채는 모습을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