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시작하며 에어컨을 켰을 때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가 훅 끼친 경험은 드물지 않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냄새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이는 차량 에어컨 내부에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은 계절에는 이런 냄새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느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차량 에어컨 냄새의 주된 원인으로는 냉방 장치 내부의 증발기, 이른바 에바포레이터가 꼽힌다. 에어컨을 켜면 이 부품 표면에서 공기 중 수분이 응축되는데, 여기에 미세먼지와 유기물이 함께 쌓이면 곰팡이와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위치라 오염이 진행돼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작동시킨 직후 순간적으로 강한 냄새가 났다가 이내 옅어지는 것은 곰팡이 번식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반면 환기 없이 밀폐된 상태로 오래 세워둔 차량이거나 장마철처럼 습도가 높은 날씨가 이어질 때는 냄새가 더 짙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곰팡이 노출이 반복되면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침, 눈이나 코의 가려움 같은 호흡기와 점막 자극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는 실내 곰팡이 노출이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 밀폐된 차량 내부의 위생 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곰팡이 노출로 호흡기 자극 증상 나타날 수도 [그림=메디닉스DB]
특히 어린이나 노인, 천식이나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곰팡이 포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통학이나 통근으로 매일 같은 차량을 오래 이용하는 경우라면 노출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 있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많은 운전자가 차량 실내 청소는 신경 쓰면서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에어컨 내부 관리는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에어컨 필터를 언제 교체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거나, 필터 존재 자체를 모르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는 점이 차량 위생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곰팡이 번식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몇 분 전 에어컨 대신 송풍 모드로 전환해 내부 습기를 미리 말리는 것이다. 냉방을 끄지 않고 곧바로 시동을 끄면 증발기 표면에 물기가 그대로 남아 다음 사용 때까지 곰팡이가 자랄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 된다.

에어컨 필터는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아 [그림=메디닉스DB]
에어컨 필터는 통상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권장되며, 미세먼지가 많은 계절이나 주행 거리가 긴 경우에는 더 자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는 에어컨 내부를 살균하는 전용 클리너나 스프레이 제품도 나와 있어 정기적으로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차량용 살균 제품을 사용할 때는 제품에 표시된 사용법과 주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하고, 밀폐된 실내에서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절차를 함께 지켜야 한다. 냄새가 심하거나 필터 교체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비소에서 증발기 세척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평소에는 비 오는 날 주행 후 차량을 완전히 밀폐하지 말고 잠시 환기하는 습관을 들이고, 습도가 높은 날에는 제습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냄새를 없앤 뒤에도 코막힘이나 기침, 눈 가려움 같은 증상이 계속된다면 이비인후과나 호흡기내과를 찾아 원인을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