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부터 시작된 메스꺼움과 구토가 하루 종일 이어져 물조차 넘기기 힘들다면 단순한 입덧을 넘어선 상태일 수 있다. 이럴 때 많은 임신부가 입덧약을 찾아보지만, 아무 약이나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한 경우와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나뉜다.
입덧은 임신 초기 급격히 증가하는 융모성선자극호르몬과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후각과 미각이 예민해지면서 특정 냄새나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된다. 개인차가 커서 전혀 겪지 않는 임신부가 있는가 하면, 하루 종일 구토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입덧은 임신 6주 전후 시작돼 12주에서 16주 사이 서서히 가라앉는 경과를 보인다. 다만 일부는 임신 중반 이후까지 증상이 이어지거나, 초기부터 유난히 심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이 가볍다고 방치하기보다는 초기부터 완화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약을 쓰기 전 시도할 수 있는 생활습관 조절이 우선이다. 공복 상태가 되면 메스꺼움이 심해지므로 소량의 음식을 자주 나눠 먹고, 기상 직후 침대에서 크래커 등을 먹은 뒤 천천히 일어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기름지거나 향이 강한 음식, 카페인 음료는 피하고 수분은 조금씩 자주 보충하는 것이 좋다.

공복을 피하고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도움된다 [그림=메디닉스DB]
생강차나 생강청처럼 생강 성분을 섭취하는 방법이 메스꺼움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비타민B6 보충제 역시 경증 입덧 완화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임신 중 복용하는 모든 보충제는 용량과 시기를 산부인과와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생활습관 조절만으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하루 대부분을 구토와 메스꺼움에 시달리며 체중이 줄거나 정상적인 식사와 수분 섭취가 어려워지는 단계라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시점이다. 이런 경우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증상 정도를 평가받는 것이 먼저다.
임신부에게 처방되는 항구토제는 태아에 대한 안전성 자료가 축적된 성분 위주로 의사가 임신 주수와 증상 정도를 고려해 결정한다. 같은 약이라도 임신부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주변 지인의 복용 경험만 듣고 같은 약을 구해 먹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멀미약이나 일반 소화제, 진토제를 입덧에 임의로 사용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 성분에 따라 임신 중 사용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특정 시기에는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구매하더라도 임신 사실을 알리고 복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 사실을 알리고 복용 가능 여부 확인해야 [그림=메디닉스DB]
입덧이 극도로 심해 하루 세 차례 이상 구토가 반복되고 체중이 임신 전보다 5퍼센트 이상 줄어드는 등 탈수와 영양 결핍으로 이어지는 상태를 임신오조라고 부른다. 이 경우 경구 약물만으로 조절이 어려워 수액 치료나 입원이 필요할 수 있어 방치하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물을 마셔도 계속 토하거나,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고 색이 진해지거나, 어지럽고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이 들거나, 서 있을 때 기운이 빠져 쓰러질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산부인과나 응급실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입덧이 심할 때는 억지로 참기보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식습관을 조정하고, 그래도 힘들다면 늦지 않게 산부인과 상담을 받아 필요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편이 임신부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자가 판단으로 아무 약이나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