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머리가 멍하고 발밑이 붕 뜬 듯한 느낌이 계속되는데, 막상 병원에서 귀나 뇌 검사를 받아도 뚜렷한 이상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의심해볼 수 있는 것이 심인성 어지럼증이다. 심인성 어지럼증은 전정기관이나 신경계의 구조적 손상보다는 불안, 스트레스, 긴장 같은 정신적 요인과 깊이 연관돼 나타나는 어지럼증을 말한다.
회전성 어지럼증과 달리 심인성 어지럼증은 머리가 띵하거나 흔들리는 느낌, 발이 땅에 붙지 않는 듯한 불안정감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하루 중에도 기분이나 긴장 상태에 따라 심해지거나 가벼워지는 변동성을 보이고, 가만히 앉아 있을 때보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긴장되는 상황에서 더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관련 학회에 따르면 심인성 어지럼증은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긴장하면 호흡이 얕고 빨라지는 과호흡 경향이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지며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 어지럼증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만성적으로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상태를 지속성 체위 지각성 어지럼증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는 처음에는 전정기관 질환이나 공황 발작 같은 분명한 계기로 어지럼증이 시작됐더라도, 이후 몸이 그 느낌에 과도하게 민감해지면서 특별한 자극이 없어도 어지럼증이 반복되는 상태를 뜻한다.
심인성 어지럼증으로 진단하기 전에는 먼저 다른 신체적 원인을 배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석증이나 내이 질환 같은 귀 문제, 뇌졸중이나 종양 같은 신경계 질환, 혈압이나 혈당 이상 등을 감별하기 위해 이비인후과나 신경과에서 전정기능검사, 청력검사, 뇌 영상검사 등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지럼증 원인 감별 위한 전정기능검사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 같은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도 어지럼증이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함께 고려해볼 수 있다. 불안 수준을 평가하는 설문이나 면담을 통해 스트레스,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같은 요인이 어지럼증과 얼마나 관련돼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어지럼증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과 회피 행동을 줄이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여기에 전정재활운동을 병행해 몸이 어지럼증 자극에 점차 둔감해지도록 돕기도 하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전문의 처방에 따라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계열 약물을 단기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 관리 측면에서는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긴장이 심해질 때는 천천히 숨을 내쉬는 호흡법으로 과호흡을 가라앉히는 연습이 유용하며, 가벼운 걷기나 스트레칭 같은 꾸준한 신체 활동도 불안 수준을 낮추는 데 보탬이 된다.
어지럼증이 반복되다 보면 외출이나 운전, 사람 많은 장소를 피하게 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런 회피 행동이 오히려 증상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상 활동을 점진적으로 유지하면서 증상에 대한 과도한 긴장을 줄여가는 접근이 권장된다.
다만 어지럼증과 함께 심한 두통,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한쪽 팔다리 힘이 빠지는 증상, 시야가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 동반된다면 심인성 어지럼증보다 뇌혈관 질환 등 응급 상황을 먼저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반면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없이 어지럼증이 반복되고 스트레스와 맞물려 나타난다면 서두르지 말고 이비인후과나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원인을 차근차근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