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부터 앞서고,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이어진다면 범불안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걱정이 걱정을 낳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태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일 수 있다.
범불안장애는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일, 건강, 가족, 돈 문제 등 일상 전반에 걸쳐 과도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걱정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불안장애의 한 유형이다. 일시적인 스트레스성 걱정과 달리 뚜렷한 계기가 없어도 걱정이 이어지고, 걱정의 강도와 빈도가 실제 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체적으로는 근육 긴장, 쉽게 피로해짐, 두근거림, 소화불량, 두통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으로는 집중력 저하, 안절부절못함, 짜증, 초조함이 나타나며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런 증상이 뚜렷한 원인 질환 없이 오래 지속된다면 범불안장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진단 기준으로는 업무, 학업, 건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불안이 최소 6개월 이상, 그렇지 않은 날보다 그런 날이 더 많게 나타나야 한다. 여기에 걱정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고, 안절부절못함, 쉽게 피로함, 집중곤란, 과민함, 근육긴장, 수면장애 중 세 가지 이상이 동반돼야 범불안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만성적인 걱정이 지속되면 진단 기준 확인이 필요 [그림=메디닉스DB]
누구나 시험이나 면접,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범불안장애는 걱정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사라진 뒤에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걱정의 대상이 계속 바뀌면서 일상생활과 대인관계,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걱정과 구별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 경험, 성격적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장애나 공황장애 등 다른 정신건강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흔해 증상을 방치하면 상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전문학회에 따르면 범불안장애는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년기 이후 새롭게 발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만성적인 신체 질환이나 큰 스트레스 사건을 겪은 뒤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어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만성 피로와 소화기 증상 같은 신체적 문제가 악화될 뿐 아니라 우울장애가 동반될 위험도 커진다. 걱정에 대한 걱정이 반복되면서 일상적인 의사결정조차 어려워지고, 대인관계와 업무 효율이 떨어지면서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

인지행동치료 등 전문 상담이 증상 완화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치료는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한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왜곡된 걱정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현실적인 사고로 바꾸는 훈련을 통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이 심한 경우 전문의 처방에 따른 약물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일상에서는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적당한 유산소운동이 불안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명상이나 호흡법 같은 이완훈련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도 걱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걱정거리를 글로 적어보는 습관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유용하다.
과도한 걱정이 6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수면장애나 만성 피로 등 신체 증상까지 동반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범불안장애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증상을 혼자 참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