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속이 뒤틀리고 갑자기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됐다면, 단순히 체한 것이 아니라 급성 식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한 뒤 짧은 시간 안에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원인균이나 독소에 따라 증상이 시작되는 시점과 강도가 조금씩 다르다. 늦가을에도 실온에 오래 둔 음식이나 보관이 미흡한 조리식품을 통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살모넬라균이나 병원성대장균, 캠필로박터 같은 세균에 오염된 육류나 달걀, 포도상구균 독소가 생긴 김밥이나 샌드위치, 바이러스에 오염된 조개류나 생채소 등이 대표적이다. 세균이 직접 장을 손상시키는 경우와 세균이 만들어낸 독소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달라지는데, 독소형은 음식을 먹은 지 한두 시간 만에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급성 식중독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갑작스러운 복통과 구토, 묽은 설사다. 배 속이 요동치듯 아프면서 메스꺼움이 함께 오고, 짧은 간격으로 화장실을 오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미열에서 고열까지 다양한 발열이 동반될 수 있고, 몸이 축 처지는 전신 쇠약감이나 두통, 근육통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은 보통 섭취 후 수시간에서 길게는 이틀 안에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토와 설사가 반복되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탈수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다. 입과 입술이 마르고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색이 진해지는 경우, 머리가 띵하거나 일어설 때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는 탈수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어린아이나 고령자는 같은 양의 구토나 설사에도 훨씬 빠르게 탈수가 진행될 수 있어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

탈수와 염증이 동시에 나타나는 위장 상태 /사진=AI 생성 이미지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은 원인에 따라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포도상구균 독소처럼 이미 만들어진 독소를 섭취한 경우에는 한두 시간 안에 구토가 먼저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살모넬라균이나 병원성대장균 감염은 반나절에서 길게는 수일까지 지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바이러스성 식중독은 하루 이틀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구토와 설사가 함께 몰아치는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자가 대처보다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혈변이나 끈끈한 점액변이 보이거나, 38.5도를 넘는 고열이 지속되거나, 하루 여러 차례 토해 물조차 삼키기 어렵거나, 심한 복통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다. 소변량이 급격히 줄거나 의식이 흐릿해지는 등 탈수 증상이 뚜렷한 경우, 영유아나 임신부, 고령자, 만성질환자라면 증상이 가볍더라도 빨리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비교적 가볍다면 집에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며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전해질 보충 음료나 경구수액을 조금씩 자주 나눠 마시는 것이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흡수에 도움이 된다. 구토가 심할 때는 물조차 삼키기 힘들 수 있으니 숟가락 단위로 조금씩 시간을 두고 마시는 방법이 권장된다.
식사는 증상이 가라앉기 시작한 뒤 미음이나 죽처럼 소화가 쉬운 음식부터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유제품, 카페인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당분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균성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지사제를 함부로 먹으면 장 속 병원체나 독소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오히려 증상이 길어질 수 있으므로, 약 복용 전에는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자극적인 음식 피하고 소화 쉬운 식사로 /사진=AI 생성 이미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증상이 심하거나 길어질 경우 자가 판단으로 약을 먹기보다 의료기관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병원에서는 증상과 경과를 토대로 수액 치료로 탈수를 교정하고, 필요한 경우 대변 검사를 통해 원인균을 확인한 뒤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급성 식중독은 예방이 치료보다 쉬운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은 육류와 달걀은 충분히 익혀 먹고, 조리한 음식은 실온에 두 시간 이상 방치하지 말며, 냉장고 보관 음식도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생채소와 과일은 흐르는 물에 꼼꼼히 씻고, 조리 전후 손을 비누로 꼼꼼히 씻는 습관만으로도 많은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급성 식중독이 의심될 때는 섭취한 음식과 증상이 시작된 시간을 기억해 두면 진료 시 큰 도움이 된다. 증상이 가볍다면 수분 보충과 휴식으로 회복을 기다려볼 수 있지만, 혈변이나 고열, 심한 탈수 징후가 보이면 미루지 말고 병원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