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입덧으로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리고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난다는 임신부가 적지 않다. 보통 입덧은 임신 12주를 전후해 자연히 가라앉지만 일부는 구토가 멈추지 않고 물조차 넘기기 힘든 수준까지 심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입덧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고 체중 감소와 탈수까지 동반되면 임신오조로 구분한다. 하루 세 번 이상 구토가 반복되거나 물도 삼키기 어려운 상태가 며칠씩 이어진다면 단순히 참고 넘길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산부인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입덧이 심해지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신 초기 급격히 증가하는 융모성선자극호르몬과 에스트로겐 수치 변화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태 임신이거나 이전 임신에서 입덧이 심했던 경우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심한 입덧의 대표적인 위험 신호는 하루 종일 물 한 모금도 넘기기 힘든 상태다.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거나 색이 진해지고 어지럼증과 두근거림이 함께 나타난다면 탈수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뜻일 수 있다. 임신 전 체중의 5퍼센트 이상이 빠르게 줄어드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신호다.
탈수가 지속되면 몸속 전해질 균형이 깨지면서 근육 경련이나 극심한 피로감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케톤뇨로 이어지면 태아에게 필요한 영양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상태에서는 수액을 통한 수분과 영양 보충이 필요할 수 있다.

물조차 넘기기 힘들면 탈수를 의심해야 [그림=메디닉스DB]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참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24시간 넘게 물도 마시지 못하거나,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어지러워 서 있기 힘들거나 실신 증상이 있거나, 체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다. 이런 신호가 나타나면 자가 관리보다 진료를 우선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는 공복 상태를 피하는 것이 입덧 완화에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 침대에서 마른 크래커 같은 담백한 음식을 조금 먹은 뒤 움직이면 속쓰림을 줄일 수 있다. 하루 세 끼를 챙기기보다 소량의 음식을 여러 번 나눠 먹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생강차나 생강이 들어간 음식이 메스꺼움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으며 비타민B6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임신 중 복용하는 영양제나 보충제도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한 뒤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입덧 완화에 도움 [그림=메디닉스DB]
입덧을 유발하는 냄새와 자극을 미리 파악해 피하는 것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향이 강한 음식이나 조리 냄새, 담배 연기처럼 평소 거슬리던 냄새를 멀리하고 환기를 자주 시키며 실내 온도를 서늘하게 유지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보탬이 된다.
입덧이 심할 때 임의로 구토 억제제나 소화제를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 중 약물 복용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의사 처방과 상담을 거쳐야 한다고 권고한다. 인터넷 정보만으로 약을 임의로 구입해 먹는 것은 위험하다.
심한 입덧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큰 부담을 준다.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함께 느끼는 임신부도 적지 않은 만큼 가족과 주변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며, 집안일이나 식사 준비를 나눠 맡고 충분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결국 입덧이 심하다고 느껴질 때는 혼자 참기보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필요하다면 수액 치료나 약물 처방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으며, 평소 소량씩 자주 먹고 충분히 휴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심한 입덧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